내마음의 수필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추억

행복한 까시 2007. 12. 24. 06:46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크리스마스는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마도 크리스마스라는 축제는 연말과 같은 시점에 찾아와 우리들의 마음을 더 들뜨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은 종교를 떠나서 모두 같은 것이다. 종교가 있는 사람만 축제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다른 종교가 있지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올해는 느지막하게 트리를 장식했다. 뭐가 그리 바쁜지 트리를 만들 시간도 없었다. 아이들이 졸라 겨우 오늘 트리를 꺼냈다. 일년 동안 베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트리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일년 동안 조금씩 쌓여온 먼지들이다. 그렇게 조금씩 쌓인 먼지가 제법 두툼하다. 트리를 꺼내 먼지떨이로 일년 동안의 묵은 먼지를 털어낸다. 뽀얀 먼지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일년 동안 겨우 며칠만 쓰이는 트리는 지금이 가장 화려한 시기일 것이다. 며칠 만 있으면 또 베란다 구석으로 처박힐 것이다. 며칠만이라도 호사를 누리라고 세심하게 먼지를 털어 주었다.


 트리를 꺼내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박수를 치며 난리가 났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왜 빨리 해주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후회란 이미 늦은 것, 소용없는 일이다. 장식을 하다가 보니 장식이 부족했다. 작년에 아이들이 장식을 떼어 내어 가지고 놀다가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그 장식을 좋아한다. 오늘도 벌써 몇 개를 떼어 내어 가지고 달아난다. 떼어낸 장식을 가지고 가서 강아지 인형 목에다 장식을 한다. 아이들이 트리를 좋아하는 것은 트리 자체보다 트리에 붙은 장식이나 소품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어린시절 트리에 대한 추억이 잠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어린시절은 대부분이 가난했다. 시골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 되어도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늘 우선시되는 시절이라 어른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교회에 다니지 않은 우리 집은 더 그랬다.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는 트리로 눈요기를 해야만 했다. 드라마나 텔레비전 쇼에 등장하는 트리는 아름다웠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텔레비전에는 트리가 등장했다. 드라마에도, 쇼프로에도 어김없이 트리가 등장해서 내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그 때부터 트리를 마음속으로 동경하게 되었다. 다음에 내가 어른이 되어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대신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서 애꿎은 소나무만 잘라 내었다. 트리를 만든다고 소나무를 잘라서 집 앞에다 꽂아 놓고 반짝이로 장식을 해 보았다. 아무리 장식을 해도 초라하기만 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멋지지가 않았다. 나무도 그렇고, 장식물도 변변히 없던 시절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촌스럽기만 하였다. 드라마에 아빠 엄마와 함께 트리를 장식하는 아이들이 부럽기만 하였다.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부모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하나 원망도 해 보았다. 모두 철없던 시절의 일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 보니 이제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크리스마스트리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똑같이 아이들과 함께 트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닥쳐야 겨우 트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서울에 상경하여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 서울에는 아름다운 트리도 많았다. 명동이나 을지로, 종로 같은 시내에 나가면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나를 반겼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지만 연말에는 꼭 시내를 나가야 했다. 나가서 무작정 시내를 배회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내가 시내에 나가지 않으면 시내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섭섭해 할 것 같았다. 내가 나가서 보아 주어야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더 빛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시내에 나가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연말 분위기를 즐겼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거실에 놓으니 연말 분위기가 난다. 더불어 어른이 된 나도 아이가 된 기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트리를 만들었다. 아내도 장식을 보더니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아내도 어린시절 크리스마스트리를 놓고 싶었는데,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연말을 알려주는 소품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하는 것이다. 더불어 크리스마스트리는 온 집안에 밝은 빛을 주고 작은 행복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