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행복한 까시 2007. 9. 12. 09:36
 

 사랑(love)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속 시원하게 정의를 내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단어는 넓고, 깊은 뜻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랑하면 어떤 가요의 가사처럼 눈물의 씨앗이라는 정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랑에 고통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눈물의 씨앗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반대로 사랑의 고통을 별로 당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행복의 씨앗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랑이라는 것을 가만히 음미해 보면 행복의 씨앗보다는 눈물의 씨앗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어지는 것 같다. 


 가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랑은 거의 행복과 불행이 적절히 섞여서 사람들을 울리는 것 같다. 사랑에 대한 고통이 사람들에게 더욱 애절함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가요 속에서는 사랑을 아픔, 이별, 고통, 눈물,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슬픔 등으로 노래하고 있다. 그냥 행복하고 밋밋한 사랑은 그다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다. 죽을 만큼 힘들게 얻은 사랑이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마음속에 파고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연들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사연이 되어 마음속에 남는 것이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불행이나 고통을 내세워서 사람들을 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루지지 못한 사랑에 대해서 아쉬운 여운을 남겨 독자의 마음에 파고든다. 그냥 평범하게 행복하고, 평범한 사랑은 사람들을 울리지 못한다. 어떤 때에는 드라마나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아주 짜릿하고, 스릴이 넘치는 애절한 사랑을 해보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욕구 때문에 사람들에게 소설이나 드리마가 인기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 사랑이 좋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라마처럼 멋진 사랑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멜로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때는 아마도 중학교, 고등학교 때인 것 같다. 좀 빠른 아이들은 중학교 때, 늦은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느끼는 것 같다. 그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멋도 부려 보고, 지나가는 여학생을 훔쳐보게 된다. 자기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도 한다. 이것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이다. 이 때는 아마도 이성보다는 본능에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 보다는 본능이 더 우선시되는 것 같다. 육체적인 사랑에 목말라 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면 사랑에 대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시기의 사랑은 순수하기는 하지만 아직 영글지 않은 풋사랑이다.


 젊은 시절 멋진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멋진 사랑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경제력이다. 물론 경제력이 없어도 멋진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다. 사랑도 어는 정도 여유가 있어야 멋진 사랑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때는 그 흔한 데이트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좋아했던 노래가 “칠수와 만수” 영화 주제가이기도 한 “울지 않으리”란 노래였다. 그 노래는 “사랑의 슬픔 기쁨도 모른 체 나는 외로이 홀로 살아 왔네”로 시작된다. 아무튼 그 때 그 시절에는 이 가사가 내 마음을 표현 한 것 같아서 막연히 좋아했었다. 얼마 후 노래가 너무 우울해서 의도적으로 싫어했지만 말이다. 

 

  사랑은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표현으로 정의 했지만 알 수 없고 어려운 개념이다. 특히 이성간의 사랑과 부모 자식간의 사랑, 종교적인 사랑에 대한 개념이 약간씩 다르다. 부모자식간에는 아끼고, 베푸는 마음이나 행위이고, 이성 간에는 좋아하거나 그리워하며 정을 주는 마음이나 행동 이고, 종교적으로는 절대자를 섬겨서 구원을 받는 일을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 중에서도 이성간의 사랑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에 비해 오래 가지 않고,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랑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해도 부모 자식간의 사랑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 것 같다. 남녀간의 모닥불처럼 타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서서히 더워지더라도 오랫동안 온기가 있어 쉽게 식지 않는 사랑이 참사랑인 것이다.


 가을이 오니 멋진 사랑을 꿈꾸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멋진 사랑을 꿈꾸고 싶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모래 해변도 걷고 싶고, 스포츠카를 타고 한적한 비포장 도로 끊임없이 펼처져 있는 시골길을 달리고 싶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은은한 향의 커피도 마시고 싶고, 샹송이 흐르는 바에서 칵테일도 마시고 싶다. 들국화가 활짝 피고,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을 걷고 싶고, 냇물이 흐르는 징검다리를 애인의 손을 잡고 건너고 싶다. 저수지 둑에 나란히 앉아 사랑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기도 하고, 가을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쓰고 단둘이 걷고 싶기도 하다. 누가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이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