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나무에서 떨어진 복숭아를 버리시지 못하는 아버지

행복한 까시 2008. 8. 13. 19:18
 

 휴가 때 잠시 고향집에 머물렀다. 농사를 짓는 고향집에는 여름이면 항상 바쁘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특히 요즈음 고향집에서는 복숭아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더 바쁘기만 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가족들이 매달려 복숭아 작업을 한다.


 새벽 다섯 시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새벽에 자다가 보면 경운기의 시동 거는 소리가 시골마을의 조용한 정적을 깨뜨린다. 게다가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 과수원에 가려고 채비하는 소리로 밖은 시끄럽다. 이때쯤 되면 눈치가 보여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한 상태로 천천히 복숭아밭으로 향한다.


 복숭아밭에 도착해 보면 아버지와 형은 벌써 복숭아를 많이 따 놓았다. 정신없이 복숭아를 따고 계신다. 복숭아 따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하나씩 조심스럽게 살펴가며 따야한다. 덜 익은 것을 따도 안 되고, 너무 익은 것은 상품 가치가 없다. 그리고 복숭아는 조금만 힘을 주어도 손자국이 남는다. 손자국이 남으면 또한 상품 가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올해는 유난히 상품성이 없는 복숭아가 많다. 벌레 먹은 것들, 너무 익은 것들, 표면이 갈라진 것들, 새가 쪼아 먹은 것들, 속에서 썩은 것 등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아버지는 버려지는 복숭아가 많아서 속상하신 모양이다. 버려야 하는데 자꾸 주워 담으신다. 아버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봄부터 복숭아 가지치기, 어린 열매 솎아내기, 봉지 씌우기 작업 등 손이 많이 갔는데 버리기가 아까우신 것이다. 버려야 할 것에 미련이 남으셔서 계속 만지고 계신다. 떨어진 복숭아에 대한 미련이 아버지의 작업 속도를 계속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나와 형의 생각은 다르다. 상품성이 없는 복숭아는 집에 가져가도 골칫거리이다. 집에다 두면 금방 썩어서 먹을 수도 없어 또 내다 버려야 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 선별 작업할 때 또 한 번의 손이 가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떨어진 과일 주워 담는 시간에 상품성이 좋은 과일을 하나라도 더 따서 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이 드신 아버지와 젊은 우리들의 사고나 가치관의 차이일 것이다.


 복숭아 작업을 하는 동안 아버지는 떨어진 복숭아 주워 담지 않으신다고 계속 꾸중을 하셨다. 마음속으로는 속상했지만, 못들은 척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떨어진 복숭아가 아깝고, 속상하기는 나와 형도 마찬가지이다. 버려지는 복숭아가 왜 아깝고 속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수확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을 잃어  버리는 복숭아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깝지만 버릴 것은 버리고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복숭아 따는 동안 아버지에게 계속 꾸지람만 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떨어진 복숭아 때문에 속상하신 아버지에게 감히 대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창을 작업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휴대폰 시계는 벌써 아홉시를 표시하고 있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계속해서 복숭아 수확을 계속 하였다. 한낮에는 너무 더울 때는 그늘에서 포장 작업을 한다. 복숭아를 크기별로 선별해서 박스에 포장을 하는 것이다. 포장해서 농협으로 보내고, 오후에 또 복숭아 수확을 한다. 오후에 수확한 것은 다음날 포장해서 농협으로 보내진다.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은 고달프다. 일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농산물 값이 많이 나가지 않아 더 고통스럽다.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 인데, 비료, 농약, 재료비, 인건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가고 있다. 떨어진 복숭아를 아까워서 버리시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집에 가져가면 다시 버려져야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버리시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실까? 보는 나도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번 휴가 때는 일을 돕는 것도 힘들었지만, 떨어진 복숭아를 주워 담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내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