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블로그를 하면서 생각난 것들

행복한 까시 2008. 9. 16. 08:21

 블로그를 시작한지 1706일이 지났다. 사실 나는 날짜 헤아리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블로그 메인 화면에 나와 있는 숫자를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난지 몇 일째라며 행사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하다. 사실 요즘에는 휴대폰에도 날짜 헤아리는 기능이 있어 날짜 헤아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날짜 세는 것을 좋아하는 신세대 취향을 휴대폰의 기능에 추가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날짜를 헤아려가며 호들갑 떠는 그런 사람들하고는 거리가 먼 무뚝뚝한 사람들 부류에 속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 왔다. 거의 일주일에 한 두 편씩은 쓴 것 같다. 시간이 좀 나면 두 편, 시간이 없으면 한 편, 너무 바쁜 주에는 건너뛰기도 했다. 요즘은 너무 바빠서 일주일에 한편쓰기도 어렵다. 너무 바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 그렇다보니 글 쓰는 것도 귀찮고, 글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머리 속에서 글이 뽑아져 나와야 는데, 자꾸 끊긴다. 작가도 아니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쑥스럽지만 아무튼 마음의 여유가 있고 생각이 많아야 글도 잘 써지는 것 같다.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블로그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렵다. 회사의 업무를 하다가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글을 쓰기가 힘들다. 집에 어쩌다가 시간이 나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아내와 대화도 해야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면 아이들은 볼멘소리로 이렇게 말을 한다.

“아빠는 맨날 맨날 컴퓨터만 해. 아빠 또 컴퓨터 하려고?”

“아까도 하고 또 컴퓨터 해.”

“엄마, 아빠 또 컴퓨터 해.”

 아내도 또 한마디 한다.

“아주 컴퓨터 하고 같이 살아요. 컴퓨터가 자기 애인이지?”

“자기 컴퓨터 발명 안했으면 어쩔 뻔 했어”

하면서 불만을 늘어놓는다. 사실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다. 회사일로 매일 늦게 들어오고, 어쩌다 시간만 나면 늘 컴퓨터에 붙어 있으니, 내가 아내라도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나도 할말은 있다. 나는 술도 잘 못한다. 그러다 보니 술집에 가는 일도 별로 없다. 업무상 드나들긴 하지만 그냥 분위기 깨기 싫어서 가는 것이지 즐기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를 더 쌓아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도 잘 못한다, 운동을 잘 못하니 운동도 하기가 싫다. 그렇다보니 나름대로 스트레스나 삶의 배출구가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과거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양한 체험과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 삶의 반성도하고, 내가 힘들어하는 것들이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풀렸다.


 요즘은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들을 배출하는 곳이 블로그이다. 힘든 일이 있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블로그에 토해낸다. 그러면 마음이 좀 후련하다. 또 블로그에 교류하는 좋은 분들이 힘도 주고 격려도 해 준다. 그러면서 마음의 위안도 받고, 같이 즐거워하기도 한다. 주로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취미 생활이 블로그인 것이다. 다른 취미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블로그 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합리화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블로그에서는 실명이나 사진을 밝히기가 싫다. 나를 아는 사람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글이 잘 써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의식하다가 보면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실한 마음이 솔직히 글로 옮겨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익명으로 편안하게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내 주위에 몇몇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 순간의 실수로 알려 줬는데, 괜히 알려 준 것 같다. 지인들이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꼭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로 도로에 나와 있는 느낌이다. 그 후로는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내 블로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편안하게 내 마음을 정리하고, 삶을 성찰하는 도구로 만족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편안하게 쓰고 싶은 것이다.  


 블로그를 한다는 것은 집안에 애완동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것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가축에게 먹이를 주는 것처럼 자주 포스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찾아오고, 소통을 할 수가 있다. 또 애완견에게 간식을 주듯이 다른 블로그에 가서도 글도 읽어 주고 좋은 글에는 댓글도 달아주어야 한다. 가축도 사랑을 주어야 잘 자라듯이 내 블로그든 다른 사람의 블로그든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블로그도 잘 자란다. 그렇다 보면 제법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너무 블로그에 심취하면 가족들에게 미움을 받고, 블로그에 너무 등한시하면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다. 블로그와 가족들의 경계선에서 요령 있게 잘 넘나들어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