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삶이 힘겨울 때는 로또가 생각난다.

행복한 까시 2008. 6. 5. 22:08
 

 로또가 처음 시중에 나왔을 때 인기는 대단했다. 내가 번호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 사람들을 유혹 시켰다. 번호를 부여 받는 것이 아니라 번호를 직접 선택하면 꼭 당첨될 것 같은 느낌을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다. 게다가 당첨금이 크다는 이유도 사람들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회사에서 단체로 로또를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당첨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매번 혹시나 해서 구입해 보지만 결과는 역시나 당첨이 되지 않았다.


 사실 로또는 당첨될 확률이 아주 적은 게임에 많은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 로또는 백전백패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로또 사업자가 손해나는 장사를 하겠는가? 수익은 당연히 로또 사업자에게 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로또는 하면 할수록 개인한테는 불리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로또에 천만 원이 당첨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돈을 가지고 여기서 로또 사는 것을 중지한다면 천만 원의 수익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도박성이 강한 사람들은 공짜로 천만 원이 생겼으므로 천만 원어치의 로또를 바꾼다. 왜냐하면 천만 원에 상당하는 로또를 사면 당첨될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만 원어치 로또를 산다. 천만 원어치의 당첨된 금액을 보면 운이 좋은 사람은 100만원 정도 당첨이 될 것이고, 보통은 50만원 내외로 당첨된다. 그래서 50만원 어치를 사면 5만원 이런 식으로 당첨금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0원이 된다. 당첨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사실 로또를 구입한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노력해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고, 공짜로 쉽게 돈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입하려고 마음을 먹는 자체가 삶을 살아가는 정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삶에서 탈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 이다. 


 로또를 산다는 것이 한심한 일이고, 낮은 당첨 확률을 잘 알면서도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로또에 당첨되어 마음껏 돈도 실컷 쓰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이 베풀면서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해 본다. 회사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때, 아니면 늘 벌어지는 일상들이 지루하고 힘겨울 때 로또를 생각한다. 매달 월급은 꼬박꼬박 받지만 며칠 지나면 온데간데없이 통장의 잔고가 바닥날 때도 로또를 생각한다. 그리고 왜 사는지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마음이 무게가 무겁다고 느껴질 때도 로또를 생각한다.


 로또는 부자들보다도 삶이 힘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 당첨되기를 바라는 한 가닥 희망 때문에 구입을 하는 것 같다. 마음이 울적하고, 기분이 우울할 때 로또를 사면 기분이 나아진다. 이런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 일주일 동안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로또를 구입하는 것이다. 로또가 당첨 되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도 크지만, 얼마 안가서 또 잊어버리고 로또를 구입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었다. 힘든 일상이 지속되어 로또를 사 보았다. 결과는 역시나 당첨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한심한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로또를 통해 삶의 탈출구를 마련하고 싶기도 했다.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 때문에 로또를 구입한 것이다. 결과는 뻔하지만 당첨되었다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좀 풀린다. 그리고 로또를 샀다는 한심한 마음가짐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로또를 자주 구입하면 문제이지만,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인생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면 로또를 구입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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