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이사를 결심했다.

행복한 까시 2008. 2. 17. 08:06
 

 재작년에 위층에 살던 사람이 아파트를 분양 받아 이사를 가버렸다. 그 집과는 우리 큰딸 아이와 같은 또래가 있어 꽤 친하게 지냈다. 이사를 가니 섭섭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다. 특히 큰딸은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못내 아쉬워했다. 지금도 가끔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고, 야외에 가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사 오고 나서 발생하는 소음은 장난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소음 5종 세트이다.


이사 오던 날부터 소음이 시작되었다. 밤 12시 경에 현관문을 고치는지 망치로 쾅쾅 굉음을 내었다. 이사를 와서 그러려니 하고 참았는데, 이것이 층간 소음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의 소리였던 것이었다. 위층은 아이들도 다 컸는데,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였다. 층간 소음 5종세트는 걸어다닐때 쿵쿵거리는 소리, 현관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와 시끄럽게 여닫는 소리, 베란다 문 여닫는 소리, 위층여자 비명 소리, 피아노 치는 소리이다.


위층 여자가 걸어 다니는 소리는 독특하다.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 마치 절구 방망이로 방바닥을 찍으며 다니는 소리 같다. 이런 소리가 가끔 난다면 참을 만 하다. 문제는 위층여자가 쉴 새 없이 거실과 방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난다는 것이다. 그나마 낮에는 참을만한데, 자려고 누우면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한번은 장모님이 오셔서 주무시는데, 잠을 주무실 수 없다고 했다. 거의 12시 넘어서 까지 쿵쿵거린다. 어떤 날은 새벽 2시까지 쿵쿵거리는 날도 있다. 그래서 장모님이 올라갔는데, 문도 열어주지 않고, 대꾸도 안했다고 하신다.


 다음날 아내가 올라갔는데, 내 집에서 내가 시끄럽게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더란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싫은 소리를 하고 내려 왔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그 집 남편이 술을 먹고 저녁에 우리 집에 방문 했다. 좀 같이 잘 지내자고 말이다. 술 먹고 온 것에 대해 나는 불쾌함을 느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남자도 잠시 우리 집에 앉아서 위에서 나는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시끄러움을 인정했다. 그 남자가 다녀가고 한 동안은 좀 조용했다. 조용하니까 좀 살만 했다. 그러더니 얼마 안가서 다시 소음이 원상태로 돌아 왔다. 이제는 싸우기도 싫고 해서 거의 포기하고 살고 있다. 지금 글 쓰고 있는 순간에도 쿵쿵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같이 들리는 소리는 베란다 문 여닫는 소리이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면 잠시 후 베란다 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아주 정확하게 말이다. 마치 번개가 치고 나면 정확히 8초 후에 천둥소리가 나는 이치와 같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나면 드르륵 하며 베란다 문 여닫는 소리가 들인다. 그 집 베란다 문에는 도르래가 달려 있는 것 같다. 도르래를 제거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데, 아마도 잘 열리게 하려고 도르래를 달은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도르래가 달린 문이라고 해도 살살 열고 닫으면 소리가 덜 나는데 위층여자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시끄럽게 여닫고 있다.


 그 다음은 위층 여자 고함소리이다. 무슨 스트레스가 많은지 가끔 비명을 지른다. 아이들을 야단치는 날도 많고, 야단치다가 성이 안차면 비명을 지른다. 이 소리는 정말 듣기도 거북하고, 듣기도 싫다. 처음에는 이런 비명을 자주 질렀는데, 한번은 아내가 위층여자에게 비명 소리가 모두 들린다고 이야기 하자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여 닫을 때에도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시끄럽다. 게다가 번호 키 누르는 소리는 왜 이리 큰지 모르겠다. 그리고 위층 딸아이가 피아노를 전공한다고 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날이면 온종일 피아노를 치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피아노 소리는 참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 집 아이들이 영어 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에는 너무 시끄러워 그 시간만 피아노 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이렇게 소음과 싸운 날도 거의 일 년 반이 되어 간다. 그동안 몇 번 이야기 했어도 개선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못살게 군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위층과는 서로 외면하고, 모른 체 하며 지내고 있다. 이야기를 해봤자 입만 아프니까 우리가 포기하고 산 것이다. 그래서 결심을 한 것이 이사였다. 아내도 건강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봐 결정한 것이다. 아내는 이사 가는 것 때문에 들떠 있다. 위층 여자의 소음 덕분에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니 기분이 좋다고 한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 살기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웃을 요구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아주 살기 힘든 공간으로 변한다. 공동 주택에 살면은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공동주택에서 내집은 나의집이 아니다. 조금만 소리를 내도 다른집에 영향을 미친다. 조금만 조심하고 배려하면 층간 소음이 그리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층간 소음을 일으켰다면 좀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면 시끄러워도 이해하고 넘어 갈 수도 있다. 시끄럽게 하고도 뻔뻔한 사람들은 정말로 싫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아래층에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만나면 시끄럽지 않는냐고 먼저 물어 보기도 한다. 만일 아파트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아래층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처럼 층간 소음 해결의 마지막 방법인 이사까지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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