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어린시절 자주 듣던 추억의 금기사항

행복한 까시 2007. 10. 3. 07:20
 

 어린시절에는 지켜야할 금기 사항이 너무도 많았다. 주로 할머니와 어머니가 금기사항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다. 이러한 금기 사항은 과거부터 어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것들이다. 금기 사항을 만든 이유는 아이들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였을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 어른들에게는 성가시니까 이러한 금기 사항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금기 사항을 어기면 나타나는 결과는 어린시절 듣기에 소름이 끼칠 정도여서 금기사항을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에는 이러한 금기사항들이 오직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일부러 금기사항을 어기던 기억도 있다.


# 밤에 손톱깍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가장 흔히 듣던 금기 사항이었다. 실제로 죽은 사람들은 밤에 손톱을 깍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밤에 손톱깍는 것을 무척 싫어하셨다. 그러나 어린시절 낮에는 뛰어 놀기 바빠서 꼭 저녁때가 되면 손톱을 깍아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다음날 학교에서 손톱이나 몸의 때를 검사하는 용의검사가 있는 날에는 어른들 몰래 숨어서 밤에 손톱을 깍던 기억이 있다. 이 금기 사항은 어린시절 조명이 어두워서 손톱을 깍다가 다칠까봐 생긴 것 같다. 지금이야 밤에도 대낮같이 밝으니 낮이나 밤이나 큰 의미는 없으며,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이금기 사항을 지킨다면 손톱 깍기가 정말 힘들 것이다. 지금도 어쩌다가 밤에 손톱을 깍으면 예전에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귀에서 맴돈다.   


# 생쌀을 먹으면 엄마가 죽는다.


 어린시절 생쌀을 먹으면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소리가 재미있었다. 간식 같은 먹을 것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던 시절 입이 심심하면 생쌀을 먹었다. 어른들은 생쌀을 먹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위협하였다. 이런 위협이 무서워서 생쌀을 조금 밖에 먹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정신적인 지주이며, 하늘 같은 엄마가 죽는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기에 이 금기 사항은 착실히 지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쌀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못 먹게 했으며, 또한 쌀자체가 그리 깨끗하지 않기에 위생상 먹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 방안에서 호드기 불면 뱀나온다.


 어린시절 호드기(버들피리)는 아이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놀잇감이었다. 특히 봄이되면 아이들은 버드나무나 미루나무에 물이 오르면 나무를 잘라 피리를 만들어 불고 다녔다. 여러 아이들이 호드기를 불면 그 소리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밖에서 불다가 집에까지 가져와서 불었다. 어른들은 시끄럽다고 싫어하셨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어 댔다. 할머니는 방안에서 호드기를 불면 뱀이 나온다고 질색을 하셨다. 이 금기 사항은 아마도 어른들이 시끄러우니까 지어낸 것 같다. 한편으로는 피리를 불면 춤추는 뱀도 있으니 어느정도 일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문지방에 앉으면 벼가 거꾸로 핀다.


 옛날 한옥은 문아래 턱이 높았다. 이 턱을 문지방이라고 불렀다. 턱을 높게 만든 이유는 아이들이 마당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해서 만든 것 같다. 문 앞에는 쪽마루나 대청마루가 있었다. 아이들은 문지방에 걸터 앉아 놀았다. 문지방에 걸터 앉으면 참 편했다. 그런데 어른들은 문지방에 앉지도 못하게 하고, 문지방을 밟지도 못하게 하였다. 문지방에 앉거나 밟으면 벼가 거꾸로 핀다는 것이었다. 벼가 거꾸로 피면 쌀을 수확할 수 없어 쌀밥을 먹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도 무서운 금기 사항중의 하나 였다. 쌀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도 어린시절 불행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문지방에 앉아 있으면 보기도 싫고 통행하기가 불편해서 이런 금기사항을 만들어 낸 것 같다.   


# 사람이 온다고 거짓말 하면 그사람이 와서 화낸다.   


 어린시절에는 장에 갔다 오시거나 외출했다가 오시는 부모님을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형제들이 기다리다가 심심하면 오시지 않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오신다고 거짓말을 종종 했다. 장난으로 거짓말을 하다가 어른들에게 들키면 혼줄이 나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가 쓰시는 방법이 아버지가 오시면 골낸다(화낸다)고 하시며 역정을 내시곤 했다. 아마도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이런 금기 사항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이 밖에도 금기사항이 참으로 많다. 지렁이 한테 오줌 누면 고추가 부어서 커진다. 밥을 먹을때 말을 많이 하면 복달아 난다. 다리를 떨면 복 달아난다. 맷돌위에 앉으면 엉덩이에 종기난다. 비오는날 머리감으면 초상 치룬다. 불장난하면 오줌싼다. 이와 같이 여러분들도 수많은 금기 사항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지역마다 금기시 하는 것도 다양하고, 금기사항에 대한 결과도 약간씩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이러한 금기 사항에 대해 잔소리 하는 어른들이 귀찮고 싫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잔소리가 그리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잔소리는 어른들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의 메시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아련한 추억속의 잔소리가 되어버렸다. 어른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잔소리가 그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