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치아 교정이 이렇게 힘든지 미처 몰랐어요.

행복한 까시 2008. 1. 31. 05:14
 

 작년 가을부터 치아 교정을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뭣 하러 치아를 교정하느냐고 묻는다. 친구들은 이렇게 놀려 댄다.

  “바람피우려고 치아 교정하는 것 아녀?”

  “그래 여자나 소개시켜 주라.”

 하면서 농담을 받아치곤 한다.


 남들은 웃으며 놀려 대지만 마음속으로는 고통스럽기만 하다. 치아 교정 비용이 예전 보다는 많이 싸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동안 한푼 두푼 용돈을 아껴 사 모은 주식이 치아 교정 비용으로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다. 돈이야 다시 모으면 되지만 몇 년 동안 모았던 용돈이 날아가 버리니 마음속은 허전하기만 하다.


 그 다음은 부착된 장치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장치를 붙이고 나서 치아를 당기면 뻐근한 통증이 온다. 하지만 이 통증은 참을 만 하다. 문제는 음식물이 낀다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마다 주렁주렁 걸리는 밥찌꺼기, 반찬 찌꺼기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눈으로 보면 불결하기도 하고, 입안에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음식이란 것은 상위에 차려져 있을 때에는 보기도 좋고 먹음직스럽지만 일단 사람의 입속이나 몸속으로 들어가면 왜 그리 지저분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뱃속에 있는 음식물들은 물리적인 반응과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입속에 있는 것보다 더 지저분하게 변한다.

 

 또 괴롭히는 것이 있는데 그놈은 양치질이다. 장치가 붙어 있으니 양치질이 제대로 안된다. 전보다 몇 배 더 노력을 해도 깨끗이 닦이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치과에서 이를 제대로 관리 못했다고 야단을 많이 맞았다. 그러면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기분이 꿀꿀해진다.


 며칠 전에는 아랫니에도 장치를 부착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장치를 부착했다. 윗니가 심하게 안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 꺼내오려면 꼭 그 장치를 착용해야 한단다. 마치 권투 선수가 치아에 끼는 것과 같다. 그 장치를 착용하고 나니 입에 커다란 쇳덩이가 붙어 있는 것처럼 무겁다. 그리고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말을 하다가 보면 꼭 모그룹의 왕회장처럼 발음이 된다. 그런 모습을 보며 혼자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발음이 좋지 않은 것은 그래도 참을 만 하다. 문제는 밥을 먹는데 있다. 도저히 음식물을 씹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 밥을 먹을 때면 늘 국에 말아 먹는다. 제대로 씹지 못하니 국에 말아 먹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씹지 못하니 음식물이 맛이 하나도 없고, 아예 맛을 알 수가 없다. 치아가 없는 어르신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가끔 양치질을 하려고 그 장치를 빼내면 내 몸에서 큰 짐이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멋있어 지려고 하니 많은 고통이 뒤따르는 것 같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일도 많다. 또한 중요한 자리에 가서 미팅할 일도 많다. 그래서 교정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참으로 잘 한 것 같다. 지금의 고통이 멋 훗날에 한 페이지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멋지게 되는 그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입안의 고통을 삼켜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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