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나는 소박한 것이 좋다.

행복한 까시 2007. 9. 18. 10:57
 

 며칠 전에 후배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예식장에 간 일이 있었다. 하객을 위한 점심 식사로는 뷔페가 제공되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뷔페라는 음식은 눈요기 음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식성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길게 늘어선 음식들은 푸짐하기도 하고, 색깔도 예쁘고 화려했지만 선뜻 음식을 집어 담을 수가 없다. 눈으로 보기에도 음식들이 화려하기는 하지만 맛깔스러운 느낌은 나지 않는다. 음식에 뭔가가 빠져버린 느낌이다. 깔끔한 테이블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를 했지만 분위기와는 달리 마음으로 느끼는 음식 맛은 아니었다. 겨우 몇 점 음식을 집어 먹고는 자리를 떴지만 속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에 비해 집에서 한 음식은 어떠한가? 볼품이 없고, 음식의 색깔도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입안 깊숙이 깊은 맛을 낸다.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고, 씹을수록 음식의 향이 느껴진다. 아마도 아내들의 정성과 조미료가 적절히 조화롭게 배합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 먹는 밥상이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음식 맛의 여운을 남겨 준다. 요즘은 그래서 이런 식당들이 유행을 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은 버섯의 계절이다. 비가 많이 와서 습도가 높아 버섯이 잘 자라나고 있다. 빨간색, 노란색 등 색깔이 아름답고,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으로 아름다운 버섯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모두 동물이나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한 버섯들이다. 이 화려함 뒤에는 독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식용버섯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색깔도 흰색이나 회색, 갈색 등으로 거의 무채색에 가깝다. 모양도 그냥 단순할 뿐이다. 그냥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을 뿐이다. 식용버섯은 이렇게 소박하지만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어떤 버섯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나 예방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 중에도 화려하게 옷을 입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란한 장식으로 아름답게 보이려 하지만 이들을 보면 뷔페의 화려한 음식처럼 뭔가가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를 화려한 의상으로 은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많이 가진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화려한 옷을 입는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진정으로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소박하게 옷을 입는다. 옷 색깔도 그리 튀지 않고 심플하게 입는다. 옷 모양은 소박하지만 옷값은 비싼 것들이 많다. 이런 옷들은 어떤 광고의 카피처럼 10년을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 1년을 입어도 10년 된 듯하게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대부분이 이런 옷을 입고 다닌다. 아마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나는 소박한 것이 좋다. 시골에서 나는 채소로 차린 소박한 밥상이 좋다. 색깔이 은은한 무채색의 먹음직스러운 버섯이 좋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 색상이 단순한 소박한 의상도 좋아한다. 그러나 소박함과 화려함은 서로 역설적이다. 소박한 것들이 인간들이 정한 화폐가치로 볼 때는 더 비싸기 때문이다. 소박하게 차린 한정식의 음식값이 뷔폐 보다 비싼 경우가 많으며, 모양은 소박한 식용버섯의 가격이 비싼 것을 보면 말이다. 옷도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수수하게 보이는 것들이 훨씬 비싸기만 하다. 소박함을 즐기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데도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어찌 보면 소박한 것이 진정으로 소박하지 않은 것 같고, 화려한 것이 진정으로 화려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