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치아 뽑던 날의 단상

행복한 까시 2007. 10. 9. 11:39
 

 요즘 치아를 교정 중이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은 치아 교정을 시작하였다. 과거에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비용이 너무 비싸고 시간도 넉넉치 않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치아 교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이제는 이런 못난 치아도 적응이 되었고, 우수꽝스럽게 생긴 치아에 대해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그냥 생긴 대로 살려고 하니까 아내는 이런 말을 한다.

 “젊었을 때는 덧니가 있어도 귀엽게 보이지만 나이가 들면 초라해 보여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정갈해 져야 돼요. 그리고 나이 들어 사회생활 하려면 외모도 중요 하거든요.”

 하긴 내 치아는 덧니 수준이 아니다. 덧니만 해도 봐 줄만 하다. 자유분방한 내 성격을 닮았는지 치아도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난 것이다. 어린시절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치아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해 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치과에 다니다 보니 입안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치아의 치열이 고르지도 못한데다가 치아 모양도 삐뚤어져 있다. 게다가 구강구조가 작아서인지 치열 안쪽에도 치아가 겹쳐서 나 있다. 삐뚤어진 치아 안쪽에 치아가 겹쳐서 났으니 그 모습이 짐작이 갈 것이다. 그 치아는 어지간히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 치아 때문에 입안의 치아 모습은 아주 독특한 모양을 만들어 내었다. 내 치아를 주관적으로 아무리 예쁘게 보아 주려고 마음먹어도 입안의 치아 모습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전부터 치과에 들락거렸다. 처음에는 임플란트를 하려고 치과에 간 것이었다. 임플란트가 비용도 저렴하고, 치아를 빠르게 교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내의 손에 이끌려 치과를 찾은 것이다. 치과에서는 이리저리 검사를 해 보더니 교정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추천해 주었다. 십년동안 치과에 가지 않았더니 그전에 치료한 치아들이 엉망이 되었다. 그것들을 치료하고 새로 때우고 하다가 보니 한달이 지나가버렸다.


 어제는 안쪽에 겹쳐서 난 치아를 뽑았다. 아플까봐 간호원에게 물으니 마취를 해서 아프지 않다고 했다. 마취주사가 입천장을 찌르니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마취 후 30분이 지나니 치아를 뽑으러 의사가 온다. 마취를 해서 감각은 없지만 약간 긴장이 된다. 치과의사가 그치아를 힘껏 제치며 간단하게 치아가 내 몸에서 이탈을 한다. 감각을 마비시켜 놓아서 너무 허무하게 치아가 뽑혀져 나간다. 치아가 이탈되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엉킨다.


 과거에 넘어져 치아가 부러질 때의 아픔과 피범벅이 된 내 얼굴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내 치아를 보고 무시하는 듯한 동급생들의 싸늘한 시선들, 처음 나를 보는 사람들 또한 이상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치아에 대해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물론 지나친 치아에 대한 콤플렉스 일 수도 있지만, 느낌으로 어느 정도 알 수는 있었다. 멋진 치아를 만들어 보란 듯이 그들 앞에 나타나야겠다는 생각도 다시 되살아난다. 이런 아픔을 간직한 치아가 내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나가니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도 든다. 육체적, 정신적 아픔에 대한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시원해 해야 하는데 이렇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입안에 치아가 하나 떨어져 나가니 입안이 허전하다. 입안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빼놓은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든다. 혀를 움직일 때마다 남의 입안에서 혀가 움직이는 듯하다. 어제는 치아를 빼낸 곳이 아파서 자다가 가끔 깨곤 했다. 이제는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다. 다음 주부터는 교정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2년 동안은 부착해야 한다고 한다. 기나긴 고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고행 뒤에는 멋진 치아가 탄생될 것이다. 멋진 치아를 상상하며 고행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제 치아 이야기를 추가로 보고 싶은 분은 "치아 콤플렉스(2006년 10월 15일 작성)"를 보시면

 치아에 대한 상세한 사연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