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부모님의 학력 부풀려 보신 경험 있나요?

행복한 까시 2007. 8. 20. 10:19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학벌과 배경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가족들의 학력이라든가 직업을 적어 넣는 양식이 꼭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가족들의 프로필이 화려하면 자신감 있게 적어 넣겠지만 별 볼일 없는 경우에는 적어 넣기가 그리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오히려 적어 넣었다가 손해만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문서에 작성하는 가족들의 프로필은 별로 적을 것이 없다. 아버지의 경우에는 초등학교도 중퇴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아예 학교 문턱에도 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형이나 누나들도 가정 형편 때문에 그리 높은 학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다니던 중 한국전쟁이 일어나 학교를 마치지 못했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동생인 이모를 키우고 돌보느라고 학교에 가지 못하셨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의 학력이 나의 학창시절에는 커다란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친구들도 부모님의 학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초등학교도 나오시지 않은 부모님이 창피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선생님께 이런 사실을 알리기가 싫어서 늘 가정환경 조사서의 부모 학력을 쓰는 칸에는 “국졸”이라고 적어 넣었다. 사실 그 당시 선생님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그 시절 부모님들이 다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학력을 쓰는 칸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면 공란으로 비워 놔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학”이라고 써야하는지 고민하다가 “국졸”이라고 써 넣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모님의 학벌이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기도 창피하고, 적절히 써 넣을 단어도 없어 항상 국졸로 표기 했던 것이다. 결국 항상 가정 환경 조사서에는 부모님의 학벌을 거짓말로 적어 넣은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가지 위안이 되었었던 것은 이런 나의 거짓말을 사람들이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부모님이 초등학교는 나왔을 것이라고 보편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학력을 부풀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정당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또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자라서 부모님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시지 못했던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콤플렉스가 있는데 부모님은 나보다 몇 백배 더 큰 콤플렉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부모님의 학력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록 학교도 제대로 다니시지 못했어도 학력이 높은 사람들 못지않게 훌륭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어린시절 한 때이지만 부모님의 학력을 창피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지금이라도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고 싶다. 이 못난 놈을 용서해 달라고 말이다. 지금 와서 용서를 구하면 부모님은 또한 내가 학력이 낮아서 미안하구나 하시며 나의 마음을 더욱 미안하게 만드실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는 분들이 부모님인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의 마음은 항상 부모님의 마음의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학벌 문제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학벌을 속인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국 사회도 선진화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자는 사회에서 매장 당하게 되어있다. 학벌이 좋으면 인생의 출발점에서 유리하게 시작할 수는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학벌만 너무 믿고 오만하게 굴다가 인생에서 패배하는 이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을 배가시키는 노력을 지속하여 어제 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학벌 콤플렉스를 가지고 방황하거나 고민하는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발전된 내일을 살아갈까 고민 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