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애첩 세 가지 : 컴퓨터, 텔레비전, 휴대폰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쉬고 있으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직장 다닐 때에는 시간이 없어 하고 싶은 것이 많더니, 막상 집에 있으면서 시간이 많아지니 하고 싶었던 일들이 하기가 싫어진다. 나태함을 쫓아내기 위해 나름대로 몸부림을 치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사람이란 간사해서 시간이 많아지면 게으름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내가 보아도 요즘 은근히 게을러진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평상시에 심심한 것을 유난히 참지 못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지 못한다. 무언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컴퓨터를 하든지 텔레비전을 보든지 아니면 휴대폰으로 게임이라도 하며 손을 놀려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손과 각 신체의 감각들이 근질거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 컴퓨터, 텔레비전, 휴대폰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별명을 붙여 주었다.

 “ 당신의 첫 번째 애첩은 컴퓨터이고, 두 번째 애첩은 텔레비전이고, 세 번째 애첩은 휴대폰이야.”

하면서 놀려댄다.

게다가 큰딸도 한 수 더 떠서 나를 놀린다.

 “엄마, 애첩이면 소실이잖아? 그럼 첫 번째 소실은 컴퓨터이고, 두 번째 소실은 텔레비전이네.”

 소실이라는 큰 딸의 말에 놀라서 물어 보았다.

 “야, 너 소실이라는 말 어디서 배웠니?”

 “책에서 읽었어요. 옛날이야기 책에 보면 많이 나와요.”

하며 모녀가 놀려 댄다. 사실 아내와 딸의 놀려댈 만하다. 시간만 나면 셋 중에 하나와 놀고 있으니 말이다.  

 

 

# 첫 번째 애첩 : 컴퓨터

 컴퓨터가 널리 보급된 것은 불과 몇 년 동안의 일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학교에서도 컴퓨터 과목이 있었으나 고작 수학식 계산으로 프로그램 짜는 것이 전부였다. 90년대부터 서서히 컴퓨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정집에도 회사에도 컴퓨터가 서서히 등장했다. 그러나 너무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빨라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예를 들자면 이랬다. 한글 프로그램이 처음 나와서 1.5를 배워서 쓸만하니 한글 2.0, 한글 3.0 나와서 다시 배우고, 한글 3.0 이 나와서 그것을 배우고 나니 한글 97이 나와서 또 다시 배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해프닝이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은 웃기는 일어지만,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접해보지 못했던 컴맹 세대는 이런 일들을 처절히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편하게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인터넷이 발달되면서부터는 컴퓨터는 거의 만능이 되어 있었다. 메일도 보내고, 접속하여 게임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모르는 지식도 찾는 등 사람들의 용구를 시원스럽게 해결해 주었다.

 이렇게 발전된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선 컴퓨터가 없으면 업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서작성에서 경리, 회계, 생산관리, 자재관리 등 모든 부문이 컴퓨터로 처리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면 마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전 다이하드 4.0을 보았는데, 컴퓨터로 운영되는 전산망이 파괴되면 국가의 모든 시스템, 교통, 금융, 전기, 수도 등 모든 국가의 중요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다. 그러니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 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 시간이 날 때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들, 야심한 밤에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컴퓨터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이 컴퓨터를 움직이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컴퓨터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 같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말이다.

  

   

 # 두 번째 애첩 : 텔레비전

 어릴 적 친척집을 방문하여 흑백텔레비전을 본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때 우리 마을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당연히 텔레비전은 없었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움직이는 사진인 텔레비전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렇게 신기한 물건인지는 미처 몰랐다. 텔레비전 때문에 예정된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친척집에 머무른 기억이 있다.

 그 후 몇 년 뒤에 우리 마을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이 등장했다. 우리 집도 호기심이 많으신 아버지 덕분에 텔레비전을 빨리 들여 놓았다. 한동안은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텔레비전을 편히 볼 수도 없었다. 마을에 한 집 두 집 텔레비전이 늘어나고 나서 편히 텔레비전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때 부모님들은 텔레비전 때문에 학교 성적이 떨어진다고 많은 걱정을 하셨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학교 성적은 늘 부모님들의 관심거리였던 것 같다.

 텔레비전이 보급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텔레비전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를 두 번다 시청한다는 이도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인기 드라마나 나오거나 시민들의 관심을 갖는 축구, 야구, 레슬링 등 스포츠 경기가 중계되면 시내가 조용해 질 정도로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으면 대화에 끼지 못할 정도로 텔레비전의 위력은 대단했다.

 텔레비전은 세상을 지배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정확한 것이라 믿었고, 심지어는 드라마까지 진짜 현실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텔레비전이 유행을 만들고, 사람의 생활양식까지도 변화시켰다. 배우들이 입는 옷들이 유행되었고, 헤어스타일이나 화장 등이 사람들에게 전파되었고,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가구, 전자제품 등의 소품이 유행되어 가정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유행어나 말투, 몸짓 등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가수들의 춤과 노래가 자연스럽게 유행되었다.

 지금은 다른 오락거리에 밀려 그 세력이 약해졌다. 하지만 워낙 세상에 널리 보급되어져 있기 때문에 아직도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대단하다. 앞으로는 일방적으로 보는 텔레비전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을 때 선택해서 볼 수도 있고, 쌍방향으로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하니 다시 한번 텔레비전이 부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나 텔레비전의 유해성도 만만치 않다. 그 유해성을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세 번째 애첩 : 휴대폰

 휴대폰은 아주 최근에 발전된 인간의 도구이다. 따라서 어른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도구는 아니다. 어른들은 그저 오는 전화나 받고, 필요한 곳에 전화나 하는 수준이다. 가끔 문자를 보내기도 하는데 키를 누르는 속도도 느리고, 귀찮아서 직접 목소리를 보내는 것이 편하다. 그래도 아무데서나 실시간으로 전화를 걸어 볼일을 볼 수 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요즘은 휴대폰도 많이 진화하였다. 너무 진화를 해서 사용하는 용어도 생소하기만 하다. 요즘은 작은 전화기 안에 모든 세상이 다 들어 있다. 화상 통화는 물론 텔레비전도 시청할 수도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작은 휴대폰이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장악한 것이다.

 앞으로 휴대폰은 더욱더 진화를 할 것이다. 발달되는 통신과 함께 말이다. 사실 컴퓨터도 마찬가지 이지만 휴대폰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 글을 쓰기도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휴대폰이 인간들을 더욱더 지배할 것이다. 지금도 위치 추적을 하면 사람들이 있는 위치도 알아낼 수 있다. 그리로 휴대폰에 중독된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요즘 나도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심심할 때 게임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어디서나 심심할 때 게임을 하면 지루함이나 무료함을 달래 수 있다. 

 가장 많이 보급되어 편리한 물건인 컴퓨터, 텔레비전, 휴대폰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 같다. 아내는 나를 이 세 가지 물건에 빼앗긴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미워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첩이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것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이 세 가지 물건을 지배하는 것이지, 사람들이 지배를 받는 것인지 영 헷갈리기만 하다. 사람들이 이런 도구들을 분별 있게 사용하여 사람들이 지배하는 물건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즘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세 가지 첨단도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