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이웃사촌-담배아저씨와 비둘기

행복한 까시 2009. 2. 19. 11:07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시간이 빠른 것인지, 내 삶이 정신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집에 이사 온지도 일 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살다가 보니 이제는 나도 이집에 맞춰진 느낌이다. 옷을 처음 샀을 때 내 몸에 맞지 않아도 자꾸만 입다가 보며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것처럼 집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집에 맞춰진 것인지 아니면 집이 나에게 맞춰진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사 온 집에는 두 가지의 친구가 있다. 아파트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친구가 되어 버렸다. 이들 친구도 이집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 친구들이 보이지 않으면 온 집안 식구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이 두 친구가 우리 가족의 일상에 조용히 파고든 것이다. 두 친구는 바로 담배 아저씨와 비둘기이다.

 

 

 # 담배 아저씨


 우리 아파트 앞에는 다른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거실에 앉아서 보면 앞에 있는 아파트사람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인다. 현관문을 열고 닫는 모습,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아파트가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아마도 우리 집 거실도 그들의 눈에 관찰되어 질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눈에서 그리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보면 맞은편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편안하게 잘 보인다.


 처음에 이사 와서 우리 가족에게 포착된 것이 담배피우는 남자이다. 그 남자는 수시로 나와서 담배를 피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간다. 우리 가족이 늦은 아침을 먹을 때 나와서 또 담배를 피운다. 우리가 아침을 먹는 시간이 일정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침을 먹을 때면 담배 피우는 남자를 목격하게 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일상이 반복되다가 보니 나중에는 담배 피우는 남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궁금해지기 까지 하였다.


 이처럼 반목되는 일상이나 습관이 무서운 것이다. 연애 할 때에도 매일 따라다니는 사람이 귀찮다가도 그 사람이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으면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적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들어간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파카를 입고 나와 담배를 피우고, 봄가을에는 추리닝을 입고, 여름에는 흰색이나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담배를 핀다. 담배를 피우는 빈도도 잦다. 아마도 하루에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일 년 동안 담배 피우는 남자를 관찰하고 우리 가족이 붙인 별명이 있다. 작은 놈은 “7층 아저씨”로 부르고 있고, 아내는 “담배아저씨”라는 별명을 부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 창문을 보면 담배 아저씨는 또 담배를 피우고 있다. 올해는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 아저씨가 담배를 줄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그 아저씨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우리 가족을 비롯한 뒷동 아파트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비둘기

 

 우리 아파트에는 비둘기가 많이 살고 있다. 아침에 햇살 사이로 그림자의  움직임이 있으면 비둘기가 왔다는 표시이다. 특히 우리 집 베란다에는 비둘기가 유난히 많이 내려앉는다. 비둘기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비둘기가 불청객인 가장 큰 이유는 비둘기 배설물이다. 아파트 난간의 에어컨 실외기 놓는 자리는 비둘기 배설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치워도 며칠만 지나면 또 쌓인다. 그래서 비둘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이사 온 후 베란다 난간에 비둘기들이 모여 들었다. 사람들의 움직임만 있으면 모여들곤 했다. 모여든 비둘기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자 돌아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졌다. 아마도 먼저 살던 주인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준 것 같았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둘기가 다녀간다. 베란다 난간의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 자리에 먹이가 있나하곤 살피고 가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졌다. 그러나 먹이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먹이를 주면 아파트가 비둘기 배설물로 난리가 날 것 같았다. 먹이를 주지 않는데도 비둘기 배설물이 많은데 먹이를 주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날 것이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아랫집에도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이를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꾹 참고 있는 것이다.


 요즘도 비둘기들이 베란다 난간에 와서 서성인다. 꼭 먹이를 기다리는 것 같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몸짓을 보면 다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애처롭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냥 우리 집 이웃에 사는 이웃사촌으로만 만족하고 살아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