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돈쓰기 권하는 사회에서 탈출하고 싶다.

행복한 까시 2009. 3. 6. 08:24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임금을 줄인다는 이야기만 들려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월급을 올려줘도 힘든데, 올리지는 못할망정 줄어드니 걱정인 것이다.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급여가 올라가는 것을 기대했는데, 요즘은 줄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경기가 나빠서인지 몰라도 요즘은 여기저기서 돈 좀 쓰라고 난리이다. 돈을 쓰라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돈도 써 줘야 경제가 잘 도는데,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쓰지 않으니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신문을 펼쳐든다. 인터넷 신문도 많이 보지만 종이 신문은 나름대로 여유 있게 읽는 맛이 있어 좋은 것 같다. 신문 사이에는 끼어 놓은 광고 전단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돈 쓰라는 이야기이다. 백화점 세일 광고, 현란한 할인마트 상품 광고, 주택 분양 광고, 학원광고, 음식점 광고 등 여러 가지 이다. 전단지 광고를 보면 사람들을 돈쓰기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처럼 보이게 한다. 광고 전단에서 오늘날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하며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백화점 광고는 유명 메이커 제품을 싸게 파니 돈을 써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할인마트 광고는 기획 상품이 나왔다는 등, 대한민국 초저가라는 문구로 나에게 돈쓰라고 현혹하고 있다. 주택 분양광고는 우리 서민들을 더욱 기죽게 한다. 고품격으로 살라는 등, 대한민국의 프리미엄이 되라는 등 보통 40평형 이상의 주택들을 광고하는데 분양가만도 몇 억이 훌쩍 넘는다. 이 광고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어차피 들어갈 돈도 없고, 들어갈 능력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학원광고 인데, 이것도 별 관심이 없다. 마치 학원을 안 보내면 큰일 날 것처럼 광고하지만, 학원도 어차피 다니는 놈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므로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다음은 골치 아픈 음식점 광고인데, 이 광고는 딸들 때문에 가끔 광고에 당하는 일이 많다. 딸들이 사달라고 조르면 안사주고 버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신문을 하나 보는데도 돈쓰라는 유혹을 수없이 많이 받는다.


 다음은 텔레비전을 보려고 켜면 왜 그렇게 홈쇼핑 채널이 많은지 한 채널 건너 하나가 홈쇼핑 채널이다. 거기서도 쇼핑호스트가 돈쓰라고 유창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제품 설명을 한다. 어쩜 그렇게 설명을 잘하는지, 정말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홈쇼핑에서 구입한 물건은 집에 있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그때는 많이 쓸 것 같지만 막상 구입하면 집안 구석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이 보통이므로 심사숙고해서 구매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방송 채널도 요즘광고는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 소비자의 주머니에 돈을 빼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또한 출근이나 퇴근을 하면서 라디오를 틀면 텔레비전과 같은 광고로 넘쳐난다. 요즘방송은 문자메시지로 실시간으로 방송하기 때문에 우리 서민들의 돈을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에 빼간다. 그 뿐만이 아니다. 거리에 걸려 있는 각종 색깔의 간판들, 복잡하게 걸려 있는 현수막들, 길모퉁이에나 건물 옥상에 있는 전광판 광고와 각종 광고판이 우리 눈을 어지럽게 하면서 돈을 쓰라고 유혹한다.


 회사에 출근해서 인터넷을 열어 보면 첫 화면부터 돈 좀 써 달라고 난리이다. 핸드폰, 디지털카메라, 의류, 가전제품, 화장품 등 각종 제품 광고에서 인터넷 몰까지 상업주의 천국이다. 꼭 도깨비의 요술항아리 같다. 방망이를 두드리는 대신 돈만 내면 무엇이든지 나오기 때문이다. 메일을 열어 보아도 돈쓰라는 광고 천지이다. 음란물 보라는 광고, 돈 대출해서 쓰라는 광고, 보험 들라는 광고, 비행기 타라는 광고 등 돈쓰라는 광고 일색이다.


 휴대폰에도 마찬가지이다. 웬 대리운전 회사는 그리 많은지, 술 먹고 대리 운전 하라는 메시지, 술집에 술 마시러 오라는 메시지,  보험 들라는 메시지, 카드 쓰라는 메시지, 휴대폰 바꾸라는 메시지, 마트에서 할인행사하는 메시지 등이 휴대폰 문자로 남는다. 또한 휴대폰의 컬러링 음악도 돈을 달라고 떼쓰고 있다.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갈 때 우편함에는 돈쓰라는 우편물들이 가득하다. 카드 대금 영수증 속의 각종 광고 및 세일 행사 내용, 홈쇼핑 회사나 백화점에서 날아온 세일 광고 및 물건 광고 우편물 등이 우편함을 가득 채운다. 어디엔가 주소 한번만 남기면 어김없이 우편물이 배달된다.


 이처럼 아침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돈을 쓰라는 유혹 속에 살아가고 있다. 돈을 쓰던 쓰지 않던 그 문제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업주의에 빠져 버린 느낌이다. 이제는 너무 깊이 빠져서 헤어나기도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이 상업주위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이러게 돈쓰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조용히 한달만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리고 싶다. 아니 한달이 어렵다면 단 일주일이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