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사람들아, 잡초라고 무시하지 마라.

행복한 까시 2009. 4. 18. 12:26

  날씨가 따뜻해지니 잡초들이 파릇파릇한 싹을 내민다. 잡초는 시골집의 담장, 마당 구석구석에, 길가, 냇가 돌 틈, 그리고 논밭, 도회지의 보도블록, 아파트 모퉁이에서 자라난다. 뿌리를 내릴 공간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자라난다. 그래서 흔히들 생활력이 강한 사람들을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에 비유하여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잡초를 학문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농작물·정원수·화초의 생장을 방해하는 풀이다. 잡초는 농작물이 필요로 하는 수분·양분·빛·농도·산소를 빼앗아 농작물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생산물의 품질을 떨어뜨리며 병충해의 번식을 조장시켜 농사의 진행을 방해한다. 또한 잡초 방제(防除) 등 관리노력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아주 귀찮은 존재이다.


  이러한 학문적 정의는 모두 인간을 중심으로 정의한 것이다. 인간이 먹을 양식에 활용되면 농작물로 분류되고, 과일을 공급해 주면 과수로 분류되고, 아름다운 꽃을 선사하면 화초로 분류되는 것이다. 단지 인간에게 별로 쓸모없다는 이유로 잡초로 분류된 것이다. 잡초 중에서도 인간이나 동물에게 유익한 도움을 주는 것들이 많다. 우선 잡초들은 거의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생명력이 아주 강인한 갈대는 소의 먹잇감으로 아주 좋은 풀이며, 논이나 밭에 끈질기게 자라나는 쇠비름은 염증치료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고약의 성분으로 사용되어진 풀이다.


  또한 나물로 활용되거나 기타 약용재료로 쓰이는 잡초는 약초라고 하여 그나마 대접을 받는다. 이도 저도 아닌 풀들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오늘도 길을 가다가 잡초에게 물어 본다. 너는 왜 잡초로 태어나서 천시 받느냐고 말이다. 그러면 아마도 잡초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지구상에 태어나 어떤 생물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누구에겐 가는 반드시 도움을 주는 것일 것이다. 즉 공생 관계에 있는 것이다. 


  지금 잡초에 대한 예찬을 하면 농사짓는 분들이 강력하게 항의 할 지도 모르겠다. 논밭에 잡초제거가 얼마나 힘든데, 한가하게 잡초타령만 하느냐고 야단칠지도 모르겠다. 나도 농사짓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잡초제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잡초라는 놈들은 생명력이 강하고 끈질겨 제거해도 또 자라고, 제거해도 자란다. 얼마나 질기냐 하면 요즘 우수한 제초제를 동원해서 제거해도 한참 있으면 또 자라는 것이 잡초이다.


  잡초는 대단히 영리하다. 언제 인간들에 의해서 뽑혀질지 모르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빨리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또 씨앗을 많이 맺는다. 인간들에 의해 뽑혀지는 수모를 당하면서 종족을 번식시키려면 씨앗을 많이 맺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이 아무리 잡초를 없애려고 발버둥쳐도 살아남는 것이 잡초인 것이다. 아무리 인간들이 잘난 척을 해도 생존문제에 관해서는 잡초가 인간들 보다는 한 수 위이다. 


  잡초 중에서도 운치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풀들이 많다. 길을 가다가 또는 자연에 나가서 잡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잡초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잡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잡초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잡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여유와 넉넉함을 갖자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도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잡초같이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찾아보면 뛰어난 숨은 능력이 있다. 단지 그 능력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했거나,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사람들도 잡초를 감상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본다면 세상에는 쓸모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 따라서 사람을 외견으로 나타나는 것만 가지고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상에는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모든 생물이며, 심지어는 무생물들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모두가 이용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하물며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잡초를 보면서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차피 잘난 사람, 못난 사람도 사람들의 편의적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날씨가 좋은 휴일이다. 들판에 나가서 잡초를 감상하면서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 것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