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놀줄 모르는 것도 병일까?

행복한 까시 2009. 4. 7. 08:19

 엊그제 회식이 있었다. 내 자신이 회식을 싫어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도 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내 눈에 비친 동료들의 모습은 별로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을 이기적인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 보이는 것이고, 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괴로운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회식은 괴로운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괴로운 것이 음주이다. 술 마시는 것은 거의 고문이다. 알코올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다. 음식 중에서도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는데 유독 술만은 먹지 못하겠다. 남들은 자꾸 마시면 주량이 늘어난다고, 계속 먹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자신도 원래 술을 못했는데, 매일 먹었더니 주량이 늘었다고 영웅담을 늘어놓는다. 술자리에 가면 이런 사람 한둘은 꼭 있다. 아무튼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는지 술만 먹으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머리뿐이 아니라 눈까지 아플 때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술자리에 가면 바보가 되는 나를 발견한다. 술을 못 마시니 서로 권하지도 못하고, 구석에 앉아서 사람들 눈치만 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회식에 대한 유쾌한 기억은 거의 없다.


 회식이 1차로 끝나면 대부분 2차는 노래방으로 향한다. 잘 놀지 못하는 나는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노는 것도 체질에 맞아야 잘 노는 것 같다. 노래도 못하는 음치에다가 춤까지 못 추는 몸치는 설 땅이 없다. 사람들 권유에 못 이겨 노래 몇 곡 부르고, 또 사람들 강요에 못 이겨 몸을 흔들어 보지만 영 어색하기만 하다. 춤인지 그냥 몸뚱이만 흔들어 대는 것이지 모르겠다. 남들은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자책만 하게 된다. 억지로 놀면서 사람들을 관찰해 본다. 진정으로 본인이 즐거워서 노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노니까 따라서 노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주기 위해 노는 것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잘 놀지 못하는 것도 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그랬다. 회식자리만 생기면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상사들 눈치 때문에 도망 갈수가 없었다. 타고난 유전자 탓인지 몰라도 노는 것이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술을 잘 마신다거나 노래를 잘한다거나 춤을 잘 추는 재주를 갖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놀려고 노력을 해도 회식이 끝나면 마음은 더 공허해지기만 한다. 노는 것에 대한 개념부터 틀린 것 같다. 노는 것이 술을 마신다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논다는 것은 즐거움이나 재미가 있는 일이다. 회식을 하면서 즐기는 것은 나에게 있어 놀이가 아니다. 내가 행동을 하면서 괴로움을 느낀다면 분명 놀이가 아닌 것이다. 그냥 괴로운 것일 뿐이다. 내가 놀이로 생각하는 것은 조용히 음악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는 것, 그리고 산책을 하거나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쓰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할 때 즐거움과 재미를 느낀다.


 잘 놀 줄 모른다고 병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즐거움을 찾는 대상이 남과 다를 뿐이다. 이 문제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해 왔다. 남들은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데, 나는 왜 하나도 즐겁지가 않은가에 대해 자주 생각해 왔다. 혹시 잘 놀지 못하는 것도 병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제 해답이 좀 풀린 것 같다. 살아가면서 남들과 같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꼭 남들이 즐거워하는 행동에 대해서 나도 즐거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동(動)적인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정(淨)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떠들썩하게 노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 조용하게 놀려고 해도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조용히 노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취급한다. 조용하게 노는 사람들은 노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놀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금부터는 노는 것에 대한 개념을 좀 바꾸어야 할 것이다. 노는 것이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만이 아니라 내 마음이 즐겁게 해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노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려 본다. 그리고 잘 놀줄 모르는 나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또다른 놀이가 있는 것이라고 합리화 시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