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까시 2009. 6. 20. 11:23

 느지막하게 눈을 떴다. 토요일이란 요일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아무리 회사 업무가 쌓여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 진다. 계속되는 야근으로 이미 몸은 지칠 대로 지쳐 버렸다. 온몸이 천근만근이지만 토요일이라는 날짜가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베란다 화단에 가보니 채송화가 제법 자라 있다. 매일 늦은 퇴근으로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니 문득 집이 낯설게 느껴진다. 두 아이들은 영어 테이프를 듣고 있다. 내가 거실을 돌아다니니 작은 딸이 곁눈질로 쳐다본다. 아빠가 오랜만에 여유 있게 아침을 맞으니 아이들도 좋은가 보다. 오늘도 출근해야 하지만 늦은 출근이라 아침시간이 좀 여유롭다.


 아이들 방에 들어가 보았다. 두 딸들이 잠만 자고 그대로 빠져 나왔다. 마치 곤충이 허물을 벋듯 이불 모양이 사람형태대로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이불을 개어 주었다. 평상시 같으면 자신들이 이불을 개라고 하지만 오늘은 인심한번 써 주었다. 이불을 개어 주니 아이들이 좋아 한다. 한편으로는 이불 개는 것도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험난한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적응을 할까 걱정도 된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 머리를 묶어 주었다. 아주 가끔 아이들의 머리를 묶어 준다. 아빠가 머리를 묶어주는 것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머리를 묶어 주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느낀다. 머리묶음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것과 머리카락이 굵어지는 것이 손 감각으로 전해져 온다. 처음에는 머리를 잘 묶지 못했는데, 가끔 묶어주다 보니 이제는 제법 솜씨가 늘었다. 아내의 실력에 도전장을 내밀어도 될 것 같다. 머리를 묶어주니 아이들이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작은 딸은 이불을 덮어 달라고 보챈다. 들은 척도 안하고 있으면 계속해서 보챈다. 이것도 사랑을 달라는 신호이다. 아빠의 사랑이 그리워서 이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못이기는 체하면서 이불을 덮어 준다. 그러면 작은 딸은 환한 미소를 보내온다. 자신이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를 웃음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가끔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둘이 뒹굴면서 장난을 칠 때면 강아지 두 마리가 장난치는 것과 똑 같다. 아마도 동물의 행동 양식은 거의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해 놓고 주방으로 부르면 두 녀석들이 쪼르르 달려 와서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이 모습 또한 강아지의 행동과 유사하다. 예쁜 딸들을 강아지에 비유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두 딸들의 행동 양식은 강아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있다. 관심을 가져 주기, 학교에 데려다 주기, 이불 개주기, 머리 빗어주기, 안아주기 등 작은 것들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서도 행복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꼭 크고 거창한 것만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늘도 회사에 출근은 하지만 아이들이 있어 피곤함을 잊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