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아침에 딸에게 매를 들고 출근하니 하루 종일 우울하다.

행복한 까시 2009. 7. 7. 20:31

 아침에 일어나서 두 딸들이 영어 비디오를 보고 있다. 이불 위에서 누워서 보고 있는데, 큰아이가 작은딸을 건드렸나 보다. 아침부터 작은딸은 큰딸에게 사과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언니가 나 때렸으니까 어서 사과해.”

“언니가 나를 때려 놓고 왜 사과를 안 하는데.”

 

 작은 딸이 몇 번을 반복해서 요청을 해도 큰딸은 요지부동이다. 거실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이 광경을 목격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욕실에서 씻는 사이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전쟁이 발생하려면 징조가 있듯이 우리 딸들도 이렇게 전쟁이 시작되었다.


 작은 딸이 큰딸 눈을 때린 것이다. 큰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욕실에서 씻는 동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아내의 목소리가 커진다. 번개 불이 번쩍하고 난 뒤에 천둥소리가 들리듯 아이들의 싸움 뒤에는 늘 아내의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아침부터 뭐 하는 짓들이야.”

  “둘 다 똑 같은 놈들이야. 둘 다 손들고 무릎 꿇고 앉아서 반성해.”


 오늘 따라 나도 화가 났다. 늘 붙어 있으면 싸우는 두 녀석이다. 둘이 잘 놀면서도 붙어 있기만 하면 싸운다. 알고 보면 사소한 일 가지고 싸운다. 하지만 사소한 일이란 어른들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바라보면 매우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작은 놈이 더 나쁘다. 항상 언니를 이겨 먹으려고 한다. 언니에게 양보도 없고, 똑같이 행동하려고 한다. 큰 딸이 좀 착하기는 하다. 동생이라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잘 때리지도 않으니까 언니를 우습게 아는 것이다. 오늘도 동생한테 얻어맞고 우는 모습이 내가 보기에는 한심스럽기만 하다. 동생이 까불면 때려주라고 몇 번 일러 주었는데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언니이다. 아무튼 우리 큰 딸은 동생을 휘어잡지도 못하고, 동생에게 아량을 베풀 줄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동생이 더 도전적으로 나오는지도 모른다.


 손들 들고 벌을 서고 있는 작은 딸에게로 갔다. 집에 있는 막대기를 들어 엉덩이를 다섯 대 때렸다. 그랬더니 엉엉 울면서 말대꾸를 한다.

 

  “언니가 사과를 안 해서 때렸단 말야.”

  “언니한테 대들고 뭘 잘했다는 거야. 너 한번 아빠가 패주려고 했어. 너 더 맞아야겠구나.” 

  하고는 엉덩이를 세대 더 때려 주었다.    


  “앞으로 언니 한번만 더 때리면 더 세세 맞을 줄 알아.”

하면서 매를 내려놓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잘 했다고 눈짓을 한다. 평상시에 아이들에게 야단을 잘 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한 번 혼내면 약발이 잘 듣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언니에게 대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가끔 혼내 주어도 작은딸이 언니를 대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딱 걸려 버린 것이다.


  아이들을 야단치다 보니 어린시절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집에는 형제가 많았다. 형제가 많아도 서열이 확실했다. 부모님은 형이나 누나에게 대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무리 동생이 잘했어도 대들었다는 사실 하나가 큰 죄목이 되었다. 그래서 싸움이 부모님 앞에서 재판을 받을 때면 동생들이 불리했다. 부모님이 형이나 누나들의 권력을 인정했기에 그 시절 큰 형은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동생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을 향해 야단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매를 들으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매를 들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말로 해서는 들어 먹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 않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매를 드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역효과가 있는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아침부터 맞아서 그런지 작은 딸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퇴근하고 들어가면 화가 풀렸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매를 들고 출근을 하니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하다. 이런 내 마음을 딸들이 알려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모를 것이다. 과거에 내가 야단치는 부모님을 원망했듯이 딸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