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음식을 만드는 아내 모습이 아름답다.

행복한 까시 2009. 8. 1. 16:45

 아침 산책길에 정겨운 광경을 목격했다. 개인주택 대문간에서 열무를 다듬는 아주머니를 발견한 것이다. 신문지를 깔고 앉아 아주 편안한 자세로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열무를 다듬고 있다. 잘 다듬어진 열무가 빨간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져 있다. 참으로 평화로운 보습이다. 예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요즘은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어 있어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고, 또한 김치를 직접 담아서 먹는 가정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면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생각한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깔끔한 아파트 생활 때문에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집안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나는 먹는 것을 그리 밝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미식가에 가까운 편이다. 가끔 농담처럼 음식값이 비싼 것은 용서해도 음식 맛없는 것은 용서 못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서 부서 회식 때도 항상 양보다는 색다르고 맛있는 것을 주장한다.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희박하지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주장이 강하다. 그 만큼 잘 먹는 것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먹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다.


 요즘은 외식업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돈만 있으면 아침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으며, 갖가지 반찬도 만들어 팔기 때문에 음식을 못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렇다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음식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며, 음식 만드는 사람을 조선시대 여인쯤으로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서 먹는 음식과 반찬의 질이 문제다.  물론 정성껏 잘 만드는 곳도 많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조미료를 많이 넣어서 먹을 때는 맛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먹고 나면 뒷맛이 느끼하고, 두 번째는 입맛이 안 당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개운하지 않은 맛이 문제다. 그래서 사서 먹는 음식과 반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집사람을 잡는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집사람도 나와 같은 취향이기 때문에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요즘 사람들은 아침을 챙겨 먹고 나오면 간 큰 남자라는 말을 듣는다. 나의 경우는 아무리 간 큰 남자라고 해도 아침은 꼬박 챙겨 먹는다. 내 인생철학 중의 하나가 끼니를 꼭 챙겨먹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스울지 몰라도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닌가. 그리고 인간의 3대 요소 중에 식(食), 음식이 있지 아니한가? 이것은 구구한 변병이고 개인적으로는 끼니를 잘 챙겨 먹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와서 어떻게 의욕적으로 기분 좋게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본능적인 것으로 우리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끼니를 제때 먹지 않으면 위장병에 생길 확률이 높다. 나중에 병들어 집사람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끼니는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음식을 만드는 아내의 모습은 아름답다. 이른 아침 잠결에 아내가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편안해 진다. 도마위에서 칼질하는 소리, 압력밥솥에서 밥이 끓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소리에 섞여 된장찌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져 나간다. 눈을 떠 보면 아내는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아내의 모습에서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리고 가족들의 음식을 챙기는 아내에게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내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아침을 먹고 회사에 출근하면 힘도 나고 의욕적으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다. 그리고 일도 집중이 잘 돼서 생산성도 높아진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남편들을 회사에서 더 일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사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