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40대 직장인의 은퇴 후 꿈꾸는 삶

행복한 까시 2009. 8. 14. 09:18

 요즘 불혹을 넘긴 가장들이 뉴스 기사에 많이 등장 한다. 가족들로부터 소외감이 공통된 주제 이고,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면서 헌신했지만 그동안 가족들을 등한시 했다는 이유로 자식들이나 아내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런 기사를 볼 때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퇴직하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라는 법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20년 후에 살고 싶은 모습과 풍경을 마음속으로 많이 상상하게 된다.


 20년 후 회사를 퇴직하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곳이 고향이나 고향 근처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 때쯤이면 우리 아이들도 어느 정도 학업도 마쳤을 테니, 내손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시를 떠나고 싶다.


 자연으로 돌아가서 작은 집을 짓고 싶다. 집이 넓지 않아도 좋다. 단지 아내와기거하는데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좋겠다. 집은 작아도 창문이 넓었으면 좋을 것 같다. 넓은 창으로 봄에는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고,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을 것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빗줄기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고, 밤하늘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을이 되면 앞산위에 떠오른 둥근 달을 보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고 싶다. 겨울에는 추운 바람이 부는 들판을 보며 겨울 정취를 느끼고,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고 싶다. 창가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한 잔의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커피를 마시면서 한 페이지의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집에는 조그마한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당 가장자리에 화단을 만들 것이다. 봄에는 화단에 봉숭아, 채송화, 백일홍, 맨드라미, 분꽃 등의 화초를 심어 가을 까지 갖가지 꽃을 보면서 살고 싶다. 여름이면 평상을 식탁으로 만들어 자연을 벗 삼아 식사를 하고 싶다. 아마 반찬이 없어도 밥맛이 저절로 날 것 같다. 가을이 되면 마당에 빨간 고추와 텃밭에서 수확한 곡식을 말리고 싶다. 그리고 마당가에는 살구, 복숭아, 사과, 배, 감과 같은 과실나무를 심어 철마다 열리는 과일을 따먹고 싶다.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돌지 않은가?


 집 옆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있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텃밭에 상추와 아욱, 호박, 오이, 감자와 같은  채소를 심고 싶다. 여름이 되면 이 채소를 수확하여 이웃사람들과 부침개도 같이 해먹고, 삼겹살에 막걸리 파티도 하고 싶다. 또한 늦은 여름이 되면 무, 배추, 파 등을 심어 겨울에 이웃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부식거리가 남으면 딸들에게도 선물로 주고 싶다. 선물을 받는 딸들이 좋아 할지는 미지수 이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마음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 봄이 되면 봄의 기운을 듬뿍 받은 달래, 냉이, 씀바귀, 고사리, 취나물 등의 봄나물을 캐어 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싶다. 여름이 되면 냇가에 가서 물고기도 잡고, 다슬기도 잡을 것이다. 시원한 냇가에 발을 담그고, 어린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물장구도 쳐 볼 것이다. 가을이 되면 밤도 주워 삶아 먹고, 도토리도 주워서 도토리묵도 만들어 먹고 싶다. 겨울이 되면 화롯불을 만들어 이웃 사람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군밤과 군고구마를 만들어 먹고 싶다.


 아마도 이 꿈이 실현 되려면 20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은퇴 후 꿈은 소박한 것인데, 일일이 열거하다가 보니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소박한 가운데 얻어지는 작은 행복을 찾고 싶다. 요즘 대부분 도시의 소시민들이 꿈꾸는 것이 이런 삶일 것이다.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며 잠시 짬을 내어 전원생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이러한 미래 삶에 대한 상상은 생각만 해도 저절로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