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언제 느끼시나요?[릴레이:나이]

행복한 까시 2009. 9. 10. 08:19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 같다. 20대는 30대나 40대를 보고 나이가 들었다고 한다. 60대 어른들은 40대를 보고 아이들처럼 취급을 한다. 그리고 60대 어른들은 한 10년만 젊었어도 하며 나이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을 갖는다. 이렇게 보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정확한 나이로 구분지어지는 것도 아니고 딱히 몇 살부터라고 규정짓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이를 행동하는 것으로 구분 지을 때도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젊은 사람들도 나이든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나이 드신 분들도 젊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40대에 들어오면서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일이 많아졌다. 항상 마음속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이 언제나 그 자리라고 생각되는데, 타인들, 특히 후배들이나 조카들이 볼 때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자기들과는 별개로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구세대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럴 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한다. 여러분은 언제 나이가 들어간다고 느끼시나요?


 사람들과 여럿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 연예인, 영화, 게임에 대한 이야기 보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때 나이가 든 것을 느낀다. 최신 유행하는 패션이나 신형 전자제품 보다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할 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거나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입에서 계속 흘러나올 때에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조카 들이나 딸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자꾸 들추어내며 자신은 향수에 젖는데, 듣는 사람들은 지루해 하며 고리타분하게 생각한다. 이처럼 현재나 미래 이야기 보다 과거 이야기를 더 많이 할 때에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회사에 입사하여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선배의 숫자보다 후배의 숫자가 많아 졌다. 입사 순서를 꼽을 때 아래에서 세는 것보다 위에서 세는 것이 더 빠를 때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회사 후배들에게 후배들 앞에서 왕년에는 이렇게 했는데, 너희들은 좋을 때 회사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자주 할 때, 그리고 과거에는 회사에서 입도 열지 않고 묵묵히 일했는데 후배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점점 늘어갈 때, 후배 보다는 선배들하고 이야기가 잘 통하고, 공감하는 경우가 많아졌을 때에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날 머리를 감고 거울을 보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있음을 느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흰머리가 하나 둘씩 늘어갈 때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겉으로는 내비치지는 않지만 아내가 밥하기 귀찮아서 은근히 밖에서 식사를 해결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눈치 챌 때, 주말에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동네 뒷산으로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계획 할 때에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새로 나온 디지털 전자제품을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할 때, 그것을 다룰 줄 안다고 할지라도 민첩하고, 날렵하게 사용하지 못할 때 또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새로 나온 디지털 전자제품의 용도가 무엇인지 모를 때, PDP, DVD, LCD 등의 약자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르고, 들어도 금방 잊어버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 나오는 광고의 내용이 한 눈에 파악되지 않을 때에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회식을 마치고 노래방에 갔는데 최신노래를 잘 몰라 트로트만 부를 때, 어쩌다가 최신노래를 안다고 하더라도 따라 부를 수 없을 때 나이가 들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노래방 기기 화면에 자막이 뜨면 그것이 노래 제목인지 가수 이름인지 헷갈릴 때, 후배들이 템포가 빠른 랩송을 멋지게 부르는 것을 부러워하며 쳐다보고 있을 때에도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


 새 물건을 쓰지 않고 버린 것이 눈에 띄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 한 번 산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노후를 생각하며 한푼 두푼 쓰는 아껴 쓰는 것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할 때도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


 뉴스에서 보도된 노후 준비에 대한 기사에 자꾸만 눈길이 갈 때, 노후 준비를 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자신도 모르게 자꾸 계산하게 될 때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날 문득 지금까지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적을 것이라고 자각되었을 때 또한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모과님에게 “나이”라는 주제로 릴레이 바톤을 받았습니다. 질문에 답을 해야겠네요. 감사드립니다.

 

 

 # 당신은 연애 상대로 몇 살까지 커버 가능한가요?


 연애 상대에서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연애 상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이나 몸매가 아니다. 대화가 잘 통하면 그만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해도 지루하지 않은 상대라면 좋겠다. 하지만 대화에서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동시대를 같이 산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도 많고, 대화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다.


 연애 상대로 앞뒤로 20년 정도는 커버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같은 나이라면 더 좋겠다. 지금 아내도 같은 시대를 살아온 대화도 잘 통하고, 이야기 할 때 공감도가 높은 것 같다.

 

    

# 당신이 생각하는 나이 값은 뭔가요?


  나이 값이란 것은 측정이 불가한 것 같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고리타분하고 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패기와 신선함이 있다면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살아온 경험과 노련미가 있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차가움과 날카로움, 냉정함이 있다면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구세대에는 따스함과 부드러움, 여유가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하나씩 깨우쳐 가는 일이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즐기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나이가 들지 않은 것처럼 억지로 행동하는 것도 볼상 사납고, 젊은 사람이 너무 나이든 티를 내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결국 나이 값이란 것은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나이 값이라 생각한다. 

 

 

# 젊어서 고생을 사서도 한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젊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어서 좀 고생한다고 해도 손해날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고생이란 것은 한 번쯤 해보아야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회사에서도 30대를 편하게 지내면 40대에 힘들어진다. 30대에 일을 많이 해서 단련해 놓아야 40대에 관리자가 되어서도 쉽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늙어서 편안할 수 있다면 젊어서 하는 고생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 현재 "나이" 때문에 불안한가요? 혹은 좋은 점이 있다면?


  나이 때문에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불안해하기 보다는 나이 들어서 할 일을 찾고 고민하고 있다. 블로그를 하는 것도 나이 들어 할일을 준비하는 것의 한가지이다. 나이 들어서도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행복 일 것이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모든 나이 때가 다 좋은 것 같다. 10대는 10대 대로 좋았고, 20대, 30대, 40대 모두 나름대로 좋았던 것 같다. 화려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나빴던 기억 보다는 좋았던 기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젊은 후배들에게 잘 가르쳐 주고 젊은이들은 이런 경험들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나이를 먹고, 행복한 노년을 맞을 수 있을까 미리 미리 궁리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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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릴레이[주제:나이]를 블로그 이웃 “청석” 선생님께 넘기겠습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