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누가 내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요?

행복한 까시 2009. 10. 7. 11:00

 학창시절에 가끔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으로 수 없이 해 보았다. 만일 누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하며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고민에 대한 대답은 쉽사리 얻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대답이 바로 이것이었다. ‘죽지 못해 산다.’였다. 이런 대답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껄이고 다녔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대답 같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심각한 대답이었다. 사실 죽는다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죽음이 두려워 쉽사리 죽음을 택하지도 못한다. 죽는 데에도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비겁하기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지도 모른다.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없기 때문에 자살을 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죽는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철없던 어린시절 생각이 난다. 아마도 어린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못마땅하거나 심하게 야단맞았을 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죽어서 부모님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좀 통쾌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니면 집에서 가출해서 부모님의 속을 끓여주고 싶은 상상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죽음이라든가 가출은 마음속으로 상상만 할 뿐 한번도 시도해 보거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만약 실행에 옮겼더라면 지금 이글도 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요즘은 삶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산다. 워낙 바쁘다 보니 삶의 의미나 존재조차 잊고 사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출근길에 오른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서로 먼저 가려고 경쟁하는 모습이 처절하기만 하다.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뒤의 차들이 난리가 난다. 그 출근의 물결 속에 떠밀려 나도 모르게 빠른 속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차량에 떠밀려 가는 모습이 출근길의 내 모습이다.


 회사에 도착하면 자판기 커피 한잔으로 숨을 돌린다. 깊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출근하는 동료들이 커피 자판기 앞으로 모여든다. 가벼운 인사와 잡담 몇 마디를 주고받고는 각자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무실에 가서 컴퓨터를 켜면 업무 메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각 부서에서 올라오는 업무 협조 메일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메일을 읽고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된다. 회사 근무 시간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려 가면 일을 하고 있다. 도대체 내가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날의 나의 존재도 잊고 업무에만 몰입한 날도 있다.


 늦은 저녁 시간에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잠자리에 들기도 바쁘다. 가족들 얼굴 잠깐 쳐다보고 잠자리에 든다. 그나마 주5일 근무로 이틀을 쉬니 가족들과 밥 한 끼라도 먹을 수 있지 이마저도 없다면 가족들과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것 같다.


 이런 날이 연속되니 퇴근을 하여 잠자리에 들거나 새벽에 깨면 이런 생각을 한다. ‘ 왜 사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하며 머릿속을 정리해 본다. 하루 일과가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 같지만 이제야 해답을 조금 알 것 같다. 오랜 사회생활의 경험에서 나온 해답인 것이다. 그리고 나이라는 숫자가 많아 졌다는 대가를 지불하고 얻어진 해답이다.


 이제는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왜사느냐고 묻는다면 이런 대답을 해줄 것이다. ‘전보다 나아진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살고, 마음속에 간직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살고, 가족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산다.’고 당당히 말해 주고 싶다. 과거와 같이 죽지 못해 산다는 부정적인 대답은 하기가 싫다. 비록 바쁜 회사 생활로 심신이 고단하지만 이런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여러분은 누군가가 왜 사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