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쌓여 있는 짐을 버리고 가볍게 살고 싶다.

행복한 까시 2010. 3. 3. 18:33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멋진 삶을 발견했다. 30대 중반의 가장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아주 필요한 물건만 버스에 싣고 여행을 떠난다. 버스 안은 집처럼 개조해서 꾸며 놓았다. 세평 남짓한 공간에 생활에 꼭 필요한 세간만 싣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삶이 너무 가벼워 보였다. 우리들은 얼마나 무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가끔은 모두 버리고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그럴 용기도 없다. 가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당장 난리가 날 것이다. 아내와 이이들은 이런 불편한 여행을 감내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편안하고 안락한 물질문명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물건들을 지니고 산다. 별로 쓰지도 않으면서 집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하나하나 사들인 것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집안 뿐만 아니다. 자동차, 사무실 등 사람들이 기거하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짐이 차지하고 있다.    


 무심코 자동차의 도어포켓을 열었다.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예전에 선물로 받았던 열쇠고리, 십 원짜리 동전, 각종 서류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몇 년 전에 들었던 보험 증권도 그 안에 들어 있다. 이런 물건들을 보면서 게으른 내 자신을 탓해 본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자동차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다. 포켓도어 뿐만이 아니다. 아마 트렁크 속도 들여다보면 잡다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 있을 것이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서류와 샘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가끔 버려도 쌓이는 것이 서류 뭉치이다. 언젠가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버리지 못하고 모아 놓은 것이다. 어쩌다 윗사람이 한 번 찾을까봐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것이다. 버리고 나면 이상하게도 꼭 윗사람들이 찾아서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무실은 서류와 샘플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읽지 않는 책들이 있다. 나중에 딸들이 혹시 읽을까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것이다. 딸들이 볼 수도 있지만, 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장롱 안에도 옷들이 들어 있다. 입지도 않는 옷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어쩌다 한번 입을까 놓아두지만 별로 입지 않는 옷들이 많은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쓰지 않는 물건들이 집 구석구석을 자리하고 있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집착이다. 일년에 한두 번 쓰는 물건의 대부분은 별로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언젠가 한 번 쓰기 위해 모셔두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많은 것이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무실이나 집에 쌓아두고 공간이 복잡하다고 한다.


 일년에 한차례 집 정리를 하거나 이사할 때 보면 많은 짐이 쏟아져 나온다. 때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물건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살아가는데 꼭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당시에는 필요해서 구입했으나 별로 쓰지 않는 도구들도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 가끔은 한 번씩 물건을 정리하여 버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