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어느 산사에서 아내와 멋진 데이트

행복한 까시 2010. 3. 5. 14:06

 

 밖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소리 없이 조용히 내린다. 대충 보면 비가 내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우산을 쓰자니 비가 적은 듯 하고, 그냥 밖으로 나가면 비에 옷이 젖을 것 같다. 우산을 들고 외출하기가 애매모호한 날씨다.


 아침부터 아내가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비오는 날 나가기가 싫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비가와도 운동을 가야 한다며 조른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섰다. 아내의 의견에 따라 집 근처 산사를 목적지로 잡았다. 바람이 제법 차다.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걸었다. 아내와 데이트의 시작이다.  


 걸어가며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요즘은 대화의 주된 내용은 아이들 이야기다. 아이들이 커가니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앞으로 시켜야할 공부, 진로문제 등 여러 가지로 고민 할 것들이 생각난다. 미리미리 생각해두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아내와 대화를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으니 기분이 좋다. 날씨가 차갑기는 하지만 걸을 만 하다. 얼마 만에 느끼는 상쾌한 바람인지 모른다. 늘 사무실에서 답답한 공기만 마셔왔다. 공기도 답답하지만, 막힌 공간 또한 우리 인간들에게는 스트레스 중의 하나이다. 이슬비가 내려서 그런지 산은 온통 안개로 가득 차 있다. 안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두꺼비 한 마리가 행차를 한다. 두꺼비를 보니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느린 동작으로 도망을 친다. 아마도 우리가 자신을 해치지나 않을까 경계하면서 줄행랑을 친다. 두꺼비를 가까이서 본 것도 오랜만이다. 그만큼 자연과 멀리 떨어져서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드디어 산사에 도착했다. 풍경이 아름답다. 주위에는 오래된 고목들이 있어 더 아름다운 것이다. 산사입구에는 돌담이 있다. 돌담을 보니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왠지 마음까지 푸근해지고, 편안해 진다.

 

 

 

 

 


 오래된 산사이다. 건물을 보니 아주 오래된 것 같다. 기둥이며, 바닥들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것처럼 낡아 있다. 낡아 있어도 건물 자체는 정갈하다. 그동안 관리를 잘 해온 것이다. 스님의 불경 소리가 낭랑하게 들린다. 조용한 산사에 불경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신도는 한 명도 없고, 스님 혼자 외롭게 불경을 독송하고 계신다.

 

 

 

 

 


 산사를 돌아보고 집으로 향한다. 내려오는데 버스 종점이 보인다. 아내와 둘이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기다려 보는 버스이다. 꼭 시골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기분이다. 매일 자동차만 타고 다니다가 이렇게 여유 있게 버스를 기다리니 색다른 느낌이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아내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아내와 오랜만의 멋진 데이트였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산사도 아름다웠고, 아내와 함께 걷는 산길도 낭만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 키우고 삶이 바빠 변변한 데이트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봄맞이 데이트를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