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남편의 귀에 익은 아내의 다양한 잔소리들

행복한 까시 2010. 3. 11. 11:52

 

 여자들은 잔소리를 많이 한다. 예전에는 어머니, 누나에게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아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여자들이 잔소리를 많이 하는 것은 남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자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으니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반면에 남자들은 여자들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는 일종의 반항심도 마음 한 구석에 깔려 있는 것이다.


 아내도 온 종일 잔소리를 하고 다닌다. 나와 이이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그런 아내를 볼 때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가족들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내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면 잔소리를 하지 않는데, 가족들은 제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때문에 잔소리가 지속되는 것이다.



 # 양말 좀 잘 벗어 놔요. 


 아내는 양말을 잘 벗어서 빨래 통에 넣어 두기를 바란다. 그러나 양말은 여기 저기 널려 있다. 한 짝은 이 구석에 또 한 짝은 저 쪽 구석에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뒤집어 벗어 놓은 것도 있다. 이런 양말들을 보면 아내는 화가 나는 것이다. 일일이 양말을 주우러 다니는 것도 피곤한 것이다.


 남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양말을 벗는다. 욕실에 갔다 나와서 양말을 빨래 통에 넣어야지 하면서 욕실로 향한다. 욕실에서 나오는 순간 양말 생각을 잊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아내의 협박성 잔소리가 날아든다.


  “양말 이렇게 벗어 놓으면 안 빨아 줄 거예요. 알아서 하세요.”


 

 # 약 좀 먹어요.   


 약 먹는 것을 싫어한다. 웬만큼 아파서는 약을 잘 먹지 않는다. 이런 나를 아내는 못 마땅하게 생각한다. 약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남편이 싫은 것이다. 가끔 아내는 영양제를 사 준다.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는 남편을 위해 영양제를 챙기는 것이다.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은 더 못 먹는다. 매일 먹어야지 하면서도 잊는다. 밥을 먹을 때는 약을 먹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밥을 먹고 나면 잊는 것이다. 그러면 아내는 또 협박을 해 온다.


  “약 계속 안 먹으면 갖다 버려요.”

 

 

 # 술 좀 조금만 드세요.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술이 사교의 장이다. 사업에서도 술을 필요악이다.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술이다. 한 때는 술 잘 마시는 것이 남성의 상징과 자존심이기도 했다. 술자리에 가면 조금만 마셔야지 다짐을 한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그런 다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마실 궁리만 한다. 1차가 2차 되고, 2차가 3차 된다. 술자리에서는 빠져 나오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면 자정을 훨씬 넘긴다. 아내는 남편의 건강이 걱정되어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건강도 생각하세요. 자꾸 늦게 들어오면 문 안 열어 줄 거예요.”   



 # 그 밖의 잔소리들


  “불 좀 끄고 다녀요.”

  “운전 조심해요.”

  “밥 좀 많이 먹어요.”

  “건강 좀 생각해요.”

  “애들 공부 좀 봐 줘요.”

  “애들한테 관심 좀 가져요.”



 아내의 잔소리는 집안을 꾸려가기 위한 도구인 것 같다. 잔소리를 계속해도 가족들은 변화가 없다. 그러기에 아내들은 늘 잔소리를 달고 사는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를 줄여 줘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 보려고 하지만, 가끔 아내의 잔소리 덫에 걸린다. 그러면 아내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아내들은 남편들이 그 덫에 걸리는 것을 즐기는 지도 모른다.


 아내의 잔소리와 남편의 행동은 영원한 평행선이다.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하는 입장과 하지 않는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잔소리가 반복되고, 듣는 것도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는 아내의 잔소리도 친숙해진 것 같다. 안 들으면 오히려 이상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