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남자들도 때론 여자들처럼 수다를 떤다.

행복한 까시 2010. 3. 29. 17:04

 며칠 전에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반가움 그 자체였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들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모두 앉아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수다하면 여자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데, 남자들의 수다 또한 만만치 않다. 모여서 술이나 한잔 걸치면 이야기가 끝이 없다. 한 이야기 또 하고, 이야기가 반복되면 밤새는 줄 모른다.


 남자들도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돈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20대 때에는 선배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이야기를 하는 것을 주로 들었는데, 그때는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할 이야기가 그저 돈 이야기 밖에 없나 하고 속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들이 그때 선배들의 모습 그대로 닮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이다. 향후 부동산이 오를지 내릴지의 관심사가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지역의 땅값이 얼마정도 간다는 이야기, 예전보다 얼마가 올라서 누가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 등등이 화두에 오르고, 어디어디에 땅을 사면 괜찮을 것이라는 정보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동네 집이 많이 올랐고, 어느 동네가 유망할 것이라는 정보를 이야기한다.


 그 다음은 주식 이야기이다. 누가 주식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 자기네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주식이 오르면 얼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음은 경제이야기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업종이야기이다. 어느 업체 누가 자리를 이동했고, 어느 회사가 요즘 뜨고 있는지, 어느 회사의 제품이 잘나가고 있는지 등등의 믿거나 말거나한 정보들이 오고 갔다. 결국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돈으로 모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이들에 대한 것이다. 학교는 어느 학교가 좋고, 학원은 어느 학원이 좋으며, 온갖 교육 정보들이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푸념들, 공부를 잘 하지 않는다는 둥 아이들의 불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려운 점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떤 동료는 은근히 자식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 동안 나는 재테크에 너무 무심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있는 것이라고는 달랑 아파트가 전부인 나는 주눅이 든다. 사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살림이라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수도 없었다. 결혼 전 대출 받아서 집을 장만했는데, 대출금을 갚고 나니 외환위기가 찾아와서 급여가 동결되어 실질 소득은 줄어들었고, 그 와중에 공부하랴, 회사 일하랴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30대가 훌쩍 지나간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이가 들수록 가진 것이 적다는 것은 사람을 기죽게 하는 것 같다. 겉으로는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말처럼 쉽지 않다.


 남자들도 은근히 수다를 많이 떤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날 줄 모른다. 중년의 남자들은 모이면 돈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돈이라는 화두가 중요하긴 한가 보다. 그 다음이 아이들이 이야기다. 최근에는 노후에 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 만큼 노후도 중요해진 것이다. 남자들이 수다를 떤다는 것은 웃기게 드릴지 몰라도 사실이다. 남자들도 수다를 떨면서 가슴 속에 있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래서 남자들은 오늘도 선술집이나 포장마차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