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일요일만 되면 떡볶이 만드는 남자가 된다.

행복한 까시 2010. 4. 4. 09:29

 

 아이들은 떡볶이를 좋아한다. 아니 아이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아내 또한 떡볶이를 좋아한다. 예전에 떡볶이 담당은 아내였다. 일요일이 되면 아내는 딸들에게 떡볶이를 해 먹였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떡볶이를 한 점 얻어먹기도 했다.

 

 사실 나는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있으면 한 점 먹고 없으면 그만인 사람이다.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흰 떡은 그냥 구워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어느 일요일에 아내가 떡볶이를 한다고 재료를 꺼내고 있었다. 매일 밥하느라고 수고한 아내에게 이번에는 내가 떡볶이를 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일요일에는 한번쯤 봉사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아내는 흔쾌히 떡볶이를 하라고 자리를 내주었다. 자리를 내준 아내의 속셈은 두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떡볶이를 한다고 했느니 얼마나 잘할까 두고 보자는 계산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만일 떡볶이를 잘 한다면 앞으로는 떡볶이 만드는 것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 심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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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꺼내 놓은 재료를 가지고 떡볶이를 만들었다. 먼저 고추장, 파, 마늘, 다시마, 설탕 등으로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를 끓이고, 어묵, 양배추, 버섯, 당근, 피망 등의 야채와 함께 떡을 넣고 떡볶이를 만들었다.

 

 떡볶이를 다 만들고 나서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포크를 들었다. 한 입 먹었다가 맛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표정으로 떡볶이를 집어 들었다. 작은 딸이 한 잎 먹더니 환호성을 지른다.

  "엄마, 이 떡볶이 진짜 맛있어요. 엄마가 해주는 것 보다 더 맛있어요."

 큰 딸도 한마디 거들었다.

  "정말이네. 엄마표 떡볶이 보다 맛있네."

 

 아내의 굴욕이다. 아내는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곁눈질로 보니 아내는 기분 나쁜 것을 숨기고 있다. 그러면서 강력한 멘트 한 마디를 날렸다.

  "얘들아, 아빠가 해준 떡볶이가 맛있지?

  앞으로 아빠한테 떡볶이 하라고 하면 되겠다."

 아이들도 한마디 한다.

  "맞아요, 앞으로는 아빠가 떡볶이 해요. 엄마가 해주는 것 보다 맛있으니까요."

 

 아내의 계산대로 떡볶이 담당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아내의 굴욕을 떡볶이 담당을 넘기는 것으로 철저하게 응징한 것이다. 그 후로부터 떡볶이를 가끔 하게 되었다. 그러더니 요즘은 주말마다 떡볶이 하라고 가족들이 난리이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아내는 두 딸들에게 선포를 한다. 내 의견도 묻지 않고, 아이들에게 공표를 하는 것이다.

  " 얘들아, 점심에는 아빠가 떡볶이 해주신단다. 맛있게 먹어라."

  " 아빠, 정말 해주시는 거죠. 야호, 신난다."

 

 요즘은 일요일마다 떡볶이 하는 남자가 되었다. 나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말이다. 가족들이 의기투합하여 떡볶이 하는 남자로 만든 것이다. 가족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아빠를 떡볶이 하는 남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여자 셋과 함께 사는 남자의 비애가 이런 것인가 보다. 그래도 여자 셋이 맛있게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