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딸들과 함께 한 연날리기 놀이

행복한 까시 2010. 3. 14. 08:00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 요즘 전통놀이는 모두 잊혀져 가고 있다. 대신 컴퓨터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며칠 전에 아이들과 연날리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이들은 연 날리는 것이 좋은지, 야외로 나가는 것이 좋은지 환호성을 지른다. 아침부터 작은 딸은 연을 만들자고 보챈다. 밥을 먹고 나서 연만들기에 들어 갔다. 두 딸들이 풀칠도 하고 연 만드는 것을 열심히 도와 주었다.

 

 문방구에서 사온 연재료의 대나무를 다듬었다. 먼저 작은 딸의 가오리 연을 만들었다. 가오리 연은 간단해서 쉽게 만들었다. 다음은 큰딸의 방패연을 만들었다. 다듬은 대나무에 밥풀을 발라서 방패 모양으로 오려 놓은 창호지에 댓살을 하나씩 붙여 나갔다. 다섯 개의 댓살이 모두 붙여지자 제법 연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연을 다 만든 후에 연의 상단 모서리에 줄을 묶고, 방패연의 뚫어진 원 아래에 작은 구멍을 두개 내어 실을 묶었다. 연에 줄을 매는 것도 과학적으로 매야 연이 잘 날을 수 있다. 연줄 매는 것이 고난도의 기술이라 줄을 잘 매야 한다고 하니, 아내와 아이들은 코웃음을 친다. 사실  연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아래로 처박히거나 뱅글뱅글 맴돌기만 한다.

 

 

 

 

 어린시절 나는 연을 유난히 좋아했다. 아마도 높은 하늘을 날고 싶은 강한 욕망과 꿈을 연이라는 사물을 통해서 대리 만족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맘 때 옆집 행랑채의 처마 밑에서 연을 자주 날렸다. 연을 날리고 있으면 동네 아이들이 신기함과 부러움으로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연을 한번 올려다보고 나서  얼레를 들고 있는 나를 번갈아가며 보곤 했다. 그럴 때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양 어깨를 으쓱거리며 연줄을 풀러 더 높이 연을 날렸다. 이런 모습 또한 내가 연을 날리고, 연을 좋아하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되면 연은 내 친구이자 분신이었다. 연이 있는 것에 내가 있었고, 내가 있는 곳에는 연이 있었다. 어쩌다가 연줄이 끊어져 연이 날아가면 그 연을 찾으러 산꼭대기 까지 가서 찾아온 적도 있었고, 찾지 못한 적도 있었다. 창호지로 만든 연도 아깝지만, 거기에 연결되어 있는 연줄은 나에게 더 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연줄이 없으면 연을 날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실의 매듭은 확인하고 확인하여 아주 단단하게 매듭을 지어 묶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방패연이 다 만들어 졌다. 아이들은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다. 점심을 먹고 온 가족이 출동을 했다. 넓은 광장이 있는 야외로 나갔다. 바람도 적당히 분다. 연날리기에 적당했다. 가오리연은 잘 날랐다.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그런데 방패연은 잘 날지 못했다. 생각보다 잘 날지 않았다. 모양은 그럴 듯 했는데, 아마도 대나무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 같다.  큰 딸은 방패연이 잘 날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작은딸의 가오리 연만 날리고 말았다.

 

 

 

 

 

 

 

 작은 딸은 신이 나서 연을 날렸다. 연을 가지고 이리 저리 뛰어 다녔다. 아이들도 나를 닮았는지 연 날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딸들과 함께 연을 만들어서 날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 집사람은 나를 보고 어린 소년 같다고 한다. 맞는 표현 인 것 같다.  아내는 나에게 딸들보다 더 좋아한다고 한마디 한다. 아내의 말대로 내가 좋아서 연을 만들고 날리는지도 모르겠다.  딸아이들과 함께 날리고 있으면 어린시절 연 날리던 소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리고 마음속 풍경에는 아직도 어떤 한 소년이 고향집 행랑채에서 방패연을 날리고 있을 것이다. 그 소년의 꿈을 싣고 아주 높은 하늘로 연이 날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