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내가 아줌마, 아저씨란 호칭을 좋아하는 이유

행복한 까시 2010. 3. 21. 15:00

 며칠 전 라디오에서 젊은 가수의 "아줌마"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제목이 특이해서 가사를 자세히 들으니 아줌마가 힘들다는 푸념이었다. 가사의 내용처럼 정말 아줌마는 힘들고, 외롭다. 아줌마뿐만 아니라 아저씨도 힘든 세상이다.

 

 사실 아줌마와 아저씨는 원래 친척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뜻이 확대되어 아저씨는 남자어른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고, 아줌마는 여자 어른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좋은 뜻으로 부르던 언어가 요즘은 홀대를 받는 것 같다.

 

 남자 어른들도 아저씨 소리를 달가워하지 않고, 여자 어른들은 더더욱 아줌마란 소리를 싫어한다. 남자 어른들은 아저씨 보다 오빠 또는 총각 소리를 더 듣기 좋아하며, 여자 어른들은 아줌마보다는 언니 또는 아가씨 소리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저씨 아줌마 하면 왠지 나이가 들은 느낌이 들고, 또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느낌이 나기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요즘은 아줌마 아저씨란 말을 잘 쓰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아저씨란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도 대학생 때로 기억이 된다. 초등학교 아이들 눈에는 내가 자기들 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아저씨로 보여 졌을 것이다. 그 아저씨 소리를 듣는 순간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저씨란 소리 한마디에 뭐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청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이든 아저씨라 불리니 내가 나이는 먹은 것인가 하는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후로는 아저씨란 소리를 들어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아마 그냥 아저씨로 적응해 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아저씨가 아니었다. 겉모습만 아저씨였지 속마음은 아직도 아이들 청소년 수준이었다.

 

  진정한 아저씨나 아줌마란 느낌을 받을 때는 아마도 결혼하고 나서 아이들을 낳고 나서부터 일 것이다. 아이들을 낳고 나면 남자들이나 여자들 모두 뻔뻔해지는 것 같다. 아마도 모성애나 부성애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체면이나 창피한 것이 모두 없어진다. 단편적인 예로 나는 할인점 같은 데서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절대로 시식을 하지 않았다. 그 알량한 체통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낳고 나서는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하면 체통을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시식 코너의 먹을 것을 가져다가 아이들에게 먹인다. 이런 것 때문에 아줌마나 아저씨들이 비난을 받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있어 삶을 더 치열하고, 강한 생활력으로 살다가 보니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억척스러움의 대상으로 비쳐지는 것 같다.

 

  이런 것 때문에 아줌마나 아저씨들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줌마와 아저씨들의 자녀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자녀를 칭찬하거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거나 아이들 용품을 사주고 아이들을 돌봐 주면 아줌마 아저씨들은 거의 다 넘어간다. 아이들에게 칭찬하는 것이 접대용인 줄 알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로 아줌마와 아저씨들인 것이다.

 

  또한 아줌마들은 집안일과 아이들 키우는 일로 지쳐있고, 아저씨들은 가족들 부양하느라 항상 지쳐 있다. 따라서 지하철, 시내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리가 나면 체면 같은 것 따지지 않고 앉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아줌마와 아저씨의 차이가 약간 있다면 아저씨들은 아줌마들에 비해 체통을 지키느라 조금 늦게 앉을 뿐 앉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집에서 집사람에게 가끔 농담으로 아줌마라고 자주 부른다. 신혼 초에 장난으로 부르던 것이 습관이 되어 부르다 보니 아이들도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사람에게 아줌마라고 부른다. 그래서 요즘은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많이 자제하고 있다. 아이들이 크니 이젠 농담도 잘 못하게 된다.

 

  아줌마와 아저씨라는 말은 참으로 정겨운 단어이다. 어릴 때에는 친척들에게만 불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때 어린 나를 친근하게 대해 주었던 아저씨 아줌마들이 생각이 난다.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놀아주기도 하고, 먹을 것도 챙겨 주시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리 주변에는 항상 있었다. 그런 아줌마와 아저씨란 호칭이 변하여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말로 변한 것이 아쉽다. 아줌마와 아저씨는 무조건 억척스럽고, 생활력이 강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도 아쉽다. 

 

  내가 아저씨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아저씨와 아줌마라는 호칭을 좋아한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아줌마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강해야한다. 그래야 가정을 지키고, 사회를 지킬 수 있다. 오늘 우리나라의 모든 아줌마와 아저씨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