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시댁에 가면 아들 덕분, 처가에 가면 딸 덕분

행복한 까시 2010. 12. 9. 17:04

 

 큰 딸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왔다.

남들처럼 뒷바라지를 못해 준것에 대해 항상 마음이 걸린다. 그리고 딸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좋은 성적을 받아 와도 말로만 잘했다고 칭찬 할뿐 특별히 해주는 것도 없는 부모이다. 그럼에도 그리 큰 불만을 갖지 않으니 마음속으로 더 미안하기만 하다.

 

 며칠 전에 아내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딸들의 공부 이야기가 나왔다.

 

 "어멈아 애들은 공부 잘 하냐?"

 "예 어머니 학교에서 좋은 성적 받았어요."

 "좋겠구나. 밥 안먹어도 배부르지?"

 "네, 어머니 밥 안먹어도 배불러요."

 "그래, 예전에 아범도 공부 잘해서 나도 그 심정 잘 안다."

 

하시며 어머니는 은근히 아들 때문에 손녀딸 성적이 좋은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이런 어머니의 생각에 아내는 은근히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솔직히 아이들 성적에는 아내가 기여한 바가 많은데 아빠 닮아서 성적이 잘 나왔다고 하니 섭섭한 것이다.

 

 얼마전 처가의 결혼식이 있어 온 가족이 처가에 간 적이 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식사중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이들 공부 이야기는 빼놓지 않는 메뉴이다. 처작은아버님이 물으셨다.

 

 "아이들 공부는 잘 하지?"

 

처제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예,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줄 몰라요."

 

  "그래, 은희(아내)이도 예전에 공부 잘 했어. 은희 닮아서 공부 잘 하는 구나."

아내의 얼굴이 밝아 진다. 우리 부부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아내는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더 웃었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웃고 웃는다.

더 재미 있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시댁과 처가의 반응이 더 재미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닮았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나쁜 버릇이나 못하는 것이 있으면 서로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닮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래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단점은 잘 보이지 않고, 남의 단점만 잘 보이는 것이다.

 

 요즘도 아이들 문제로 아내와 가끔 실갱이 한다.

이제는 아내도 나도 서로를 파악해 버려서 실갱이 하는 횟수는 줄어 들었다. 신혼초에는 좋은 행동에 대해서는 서로 자신을 닮았다고 주장하고,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서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제는 오리발이 통하지 않는다. 서로의 행동 양식에 대해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를 닮았는지는 중요하지는 않다.

그냥 공부만 잘 했으면 좋겠다. 공부보다는 바르고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 딸에게 가장 좋은 것이고, 우리 부부가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