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칠순을 넘기신 어머니도 엄마를 그리워한다.

행복한 까시 2009. 10. 22. 08:20

 

  지난 주말에 고향에 다녀왔다. 여름철에는 농사일로 바빠서 어머니와 대화할 시간이 없고, 명절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머니와 오붓하게 앉아서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어머니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70이 넘으신 어머니가 아직도 엄마(외할머니)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데는 나이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광고의 카피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피부로 다가 온다.

 

 세상에서 엄마만한 정신적인 지주는 없는 것 같다. 다른 절대자의 존재보다 어머니의 힘은 더 크다. 어머니란 존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냥 엄마 얼굴만 보아도 좋은 존재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다 알아듣는다. 얼굴 표정만 보아도 자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챈다. 어찌보면 엄마와 자식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 끈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신호를 주고 받고 교감을 하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머니는 직감으로 자식들의 안위를 알아채는 일이 많이 있다.  


 어머니는 마음의 고향이다. 객지 생활에 지친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찾듯이 자식들은 어머니에게서 편안함을 찾는다. 마음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를 때 찾는 것이 어머니이다. 어머니 옆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 언제나 돌아가고픈 마음의 고향이 어머니인 것이다.


 어머니 앞에서는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 아기가 된다.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끼듯 나이가 든 어른들도 어머니 앞에서는 아기가 되어 편안함을 느낀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머니는 자식들이 하는 일을 못미더워 하신다. 어머니 앞에서는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그저 철없는 아이로 보이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 즉 외할머니는 어머니가 열 한 살 되던 해에 이모를 낳고 난산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린나이 어머니를 잃은 충격을 이렇게  표현하셨다.

 

 “하늘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어.”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죽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 가셨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어. 문밖에서 언제라도 내 이름을 부르며

   들어 오실 것 같았다.”

 “지금 칠순이 넘은 나이이지만 아직도 어머니가 보고 싶구나.”

 “사진도 없으니까 이제 어머니 모습도 가물가물 해.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꿈에도 안 보이시는 거야.”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실 때면 어머니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곤 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내눈에도 약간의 이슬이 맺히곤 했다. 칠순을 넘기신 연세에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볼 때면 어머니는 참으로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뵈니 작년보다 더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점점 더 굽어진 허리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일을 많하셔서 허리도 안좋으시고, 허리 때문에 다리도 불편하시다. 그 몸으로도 자식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종종걸음을 치신다. 이렇게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어머니인 것이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남편들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는다. 우리 아내도 매일 엄마만 찾는다고 놀려댄다. 그러면서도 아내 또한 엄마에 대해서는 나와 똑같은 감정이다. 결혼한 아들들은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피곤하기만 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기대고 싶어하고, 아내는 남편을 믿고 시집왔으니 아들 하나 가지고, 서로 다투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고부간에는 갈등이 많은 모양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 기대고 싶은 그런 존재이다. 우리 어머니가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살아계시지 않으면 더 보고 싶은 것이다. 살아 계실 때 존재보다 돌아가셨을 때 더 간절해지는 그런 존재이다. 오늘 밤에는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어머니 꿈에 나타나 그토록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마음의 갈증을 채워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