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내가 우리집 딸들을 부르는 다양한 호칭들

행복한 까시 2010. 6. 14. 07:37

 우리 집에는 딸이 둘 있다. 딸만 있으니 부르는 호칭도 다양하다. 내 기분에 따라 또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따라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부른다. 좋지 않은 호칭을 부를 때면 발끈 하기도 하지만 자주 부르니 점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이제 다양한 호칭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슬슬 풀어 보려 한다.    

 

 

 # ‘애기’


 딸들이 아기처럼 예쁜 짓을 하거나 사랑스러울 때 이렇게 부른다.

 “아이구 우리 큰 애기 공부하니? 우리 큰 애기 너무 예쁘네. 공부하는 것 힘들지 않니?”

 공부를 열심히 할 때 이렇게 애기라고 불러 준다. 그러면 큰 딸은 느끼하다는 표정으로 외면해 버린다. 그러면서도 애기라는 호칭이 아주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작은 딸에게는 ‘울애기’라 부른다. 작은딸도 공부를 하거나 책을 열심히 읽을 때 애기라고 불러 준다. 그리고 엄마에게 야단맞을 때 위로해 주는 표현으로 부르는 호칭이다.

 “울애기 누가 그랬어? 아빠가 혼내 줄까?”

 이렇게 위로해 주면 더 흐느껴 울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딸들이 어느 정도 컸어도 애기라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자신들이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겉으로는 싫은 척해도 마음속으로는 좋아하는 것이다. 

 

 

 #‘공주님’  


 내가 기분이 좋을 때 부르는 표현이다. 가끔 외식을 나갈 때, 아니면 쇼핑을 갈 때, 딸들의 생일날 쓰는 호칭이다.

 “우리 공주님 뭘 드시겠습니까? 우리 공주님 어느 식당으로 모실까요?”

하면서 딸들의 비위를 맞춘다.


 그리고 내가 딸들에게 약점을 잡혀 딸들에게 아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공주님이라고 부른다.

 “아이구 작은 공주님, 아빠가 잘못했네. 우리 작은 공주님이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릴까?”

 그러면 딸들도 화를 풀고, 아빠에게 다가 선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우리가 공주면 아빠는 왕이네요.”

 맞다. 딸들이 공주가 되면, 나는 더 지위가 높은 왕이 되는 것이다. 공주님은 딸들을 위한 호칭이 아니라 나를 위한 호칭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아가씨’


 딸들이 성숙했다는 느낌이 들 때 아가씨라 부른다. 딸들은 호칭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딸들이 이제는 애기 취급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딸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퇴근 후에 딸들의 일과를 물을 때 많이 사용한다. 

 “우리 아가씨들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 우리 큰 아가씨는 뭐 했나?”

 그러면 두 딸들이 하루 일과를 경쟁적으로 이야기 한다. 서로 먼저 이야기 하려고 싸움까지 한다. 그러면 교통정리 까지 해야 한다.

 “오늘은 작은 아가씨 먼저 해. 큰 아가씨는 양보해라.”

 요즘은 아가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딸들이 커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 ‘촌년’


 두 딸들이 촌스런 짓을 할 때 부르는 호칭이다. 마트나 시내에 가서 화려함을 보고 감탄 할 때, 높은 빌딩을 보면서 층수를 헤아릴 때, 세련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라면 우동 같은 것만 먹을 때 촌년이라고 부른다.


 서울에 가서 지하철을 타자고 할 때, 예쁘고 세련된 옷을 골라 주어도 선뜻 입지 못하고 쭈뼛거릴 때도 촌년이라고 딸들을 놀린다. 아이들이 촌스러운 행동을 하면 어김없이 촌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딸들은 이 호칭을 제일 싫어한다. 촌년이 되기가 싫은 이유도 있지만 ‘년’이라는 욕이 들어가서 싫어하는 것 같다. 촌년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반격을 하는 딸들이다.

 “그럼 아빠도 촌에서 자랐으니 촌놈이네요.”

 나도 촌놈이다. 촌놈인 것을 잘 알기에 딸들에게도 촌년이라는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쓰는 것이다. 그런데 촌년이라는 표현을 당사자인 딸들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이다. 딸들이 촌년이란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다. 좀더 딸들이 세련되어 지라고 반어법을 써서 촌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야, 이것들아’


 아이들이 말썽을 피울 때 쓰는 말이다. 딸들에게 그리 야단을 많이 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살다가 보면 야단칠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이들이 서로 싸울 때, 정리를 안하고 집을 어지럽혀 놓을 때, 거짓말을 할 때 주로 야단을 친다.

 “야 이것들아, 싸움 좀 그만해라. 왜 그리 붙어 있기만 하면 싸우니.”

 “야 이것들아 정리 좀 해라. 집안이 이게 뭐냐. 정리 안하면 다 쓰레기장에 갖다 버린다.”

 실제로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린 적도 있다. 화가 날 때는 공주님, 애기, 아가씨들 호칭이 다 도망간다. 그냥 ‘이것들아’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눈치를 살핀다. 내가 화난 강도를 보고 아이들은 그 강도에 맞게 반응을 한다. 

 

 

 딸들에게 여러 가지 호칭이 있다는 것은 아빠의 관심과 사랑이 있는 것이다. 듣기 좋은 호칭이든 나쁜 호칭이든 모두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딸들도 잘 알고 있다. 여러분들은 딸들에게 어떤 호칭을 사용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