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반에서 혼자만 휴대폰이 없다는 우리 딸

행복한 까시 2010. 5. 24. 07:35

 요즘은 휴대폰 없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휴대폰을 들고 있다. 가끔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휴대폰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우리 딸은 올해 6학년이다. 아직 휴대폰을 사주지 주지 않았다. 아직 아이들에게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휴대폰이 있어야 늘 게임만 하고 문자만 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끔 조카들을 보아도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문자만 주고받는다. 이런 부정적인 모습을 보아 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휴대폰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만, 없어도 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업무할 때나 좀 쓰지 평상시에는 그리 많이 사용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 것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딸들에게도 중학교에 들어가서 사주겠다고 늘 말을 해 왔다.


 그런데 어제 큰 딸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휴대폰 이야기가 나왔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휴대폰을 선생님에게 맡긴다고 하였다.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공부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선생님이 보관 하고 있다가 학교가 끝나면 준다고 한다.


  “아빠 나만 휴대폰이 없어요.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께 휴대폰을 맡기는데, 나는 자리에 가만히 있어요.”

 

 이 말을 들으니 마음이 쓸쓸해 진다. 아이들은 모두 휴대폰을 갖고 있었는데, 얼마나 갖고 싶었을까 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사 주지 않았는데, 내 생각이 잘못된 것 같다. 괜히 우리 딸 기죽이지 않았는지 마음이 쓰인다.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 우리 딸 휴대폰 하나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기말 고사 끝나면 하나 마련해 주자고. 방학 때 실컷 가지고 놀면 2학기 때는 좀 싫증나서 가지고 놀지 않겠지?”

 

 아내와 상의를 하고 여름 방학 때는 휴대폰을 해 주기로 결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해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망설여진다.


 딸아이의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하루 종일 마음이 쓸쓸하다.

  '아빠 우리 반에서 나만 휴대폰이 없어요.'

 딸아이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그래도 우리 딸은 착한 것 같다. 휴대폰을 해 달라고 심하게 조르지도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심하게 보챘으면 한번쯤 해주려고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그냥 무덤덤하게 지내서 혼자만 휴대폰 없이 지내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른들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남들이 다 갖고 있으니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주어야만 하는 세태가 씁쓸하기도 하다. 물론 휴대폰이 꼭 필요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휴대폰이 필수품이다. 그러나 집에 엄마가 있는 아이들은 그다지 휴대폰이 필요한 물품은 아니다.


 아직도 아이들에게는 휴대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우리 딸만 소외감을 느낄까봐 사 주는 것이다. 남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데, 나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게 하기 위해 휴대폰을 사주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 딸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휴대폰을 해 주겠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딸의 모습을 보니 그리 많은 상처를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