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남자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딸의 불만

행복한 까시 2009. 12. 6. 08:11

 사람들은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구안의 모든 것들에게는 이름이 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은 미생물에서 거대한 사물까지도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이것도 모자라 인간들이 알고 있는 지구 밖의 행성이나, 은하계, 우주의 현상에도 이름을 부여 하였다. 더 경이로운 것은 동일한 사물이 서로 다른 언어로 다양하게 불리어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상에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각종 이름들이 넘쳐난다.  

 

 우리들도 태어나면서 이름을 갖는다.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름을 부여 받는다. 그 이름이 좋든 싫든 갖고 있어야 한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기억시키고,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이의 이름은 멋지기도 하고, 어떤 이의 이름은 웃기기도 한다. 또한 기억이 쉬운 이름도 있고, 그냥 한 번 들으면 잊혀지는 이름이 있다.


 우리 큰딸은 이름은 남자이름 같이 보인다. 사실 처음에 딸아이 이름은 예쁘게 지어 주었다. 너무 여성스럽고 약해 보였다. 그러던 중 동생이 태어나서 이름을 짓다가 보니 큰아이 이름이 약하다고 했다. 그래서 중간에 개명을 한 것이 지금의 이름인 ‘상진’이다. 이름만 보면 대부분 남자로 착각한다.


 특히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름만 듣고 남자 아이인줄 알았다가 큰아이를 보고 놀란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에게도 이런 일을 겪는 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딸에게는 성가신 일이다. 가끔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 아빠, 애들이 남자이름 같다고 놀려.”

 “ 그리고, 애들이 나한테 ‘오상진’이라고 불러, 왕짜증이야.”

 “ 이름 좀 바꿔 주세요.”


 나는 딸에게 말한다.

 “ 야, 남자이름이 어때서 그래. 그 이름이 얼마나 좋은 이름인지 알아?”

 “ 그리고 이름을 남자이름처럼 바꾸고 나서 네가 얼마나 씩씩해졌는데.”

 “ 그리고 오상진 아나운서가 얼마나 멋진지 아니?

    얼굴 잘생겼지, 똑똑하지, 성격 좋지.

    난 네가 오상진 아나운서 같은 사람하고 결혼했으면 좋겠다.”


 늘 이런 식으로 대화가 끝난다. 이런 대화 끝에는 큰 딸의 얼굴이 찡그러진다. 큰 딸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사실 아이들이 놀리면 짜증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름 가지고 장난하기를 좋아한다. 나도 어린시절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더구나 이름이 남자 같으니 얼마나 싫겠는가?  


 며칠 전 교육을 받았다. 여자 강사의 이름도 남자이름 같았다. 남자인줄 예상했는데, 뜻밖에  여자 강사가 나오니 머리 속에 오랫동안 기억이 되었다. 어제 저녁에도 큰 딸은 이름 가지고 불평을 한다.


 “ 아빠가 며칠 전에 교육을 받았는데, 그 여자 강사도 남자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

    그 강사도 어린시절 예쁜 이름을 부러워했는데,

    커서 보니 사람들이 기억을 잘 해주어 남자 같은 이름이 더 좋다고 하더라.

    너도 나중에 그 이름이 좋아지게 될 거야.

    그리고 아빠는 네가 이름을 바꾸고 나서 활발해지고, 씩씩해져서 너무 좋단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마도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은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큰딸 아이의 이름을 남자 이름처럼 지은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큰 아이가 이름을 바꾸고 나서 아이들이 활동적이고, 씩씩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기억해 준다. 이름이란 것은 사람의 머릿속에 쉽게 지워지는 것 보다는 오래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