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아이스크림 먹다가 두 팀으로 갈라진 우리 가족

행복한 까시 2010. 1. 10. 09:03


 직장 때문에 아이들과 떨어져 있다. 두 딸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집이 궁금하여 하루에 한번 정도는 전화를 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화만 하면 아이들은 요구 사항 말하기 바쁘다. 주로 요구하는 것이 먹을 것 사오라는 소리다. 지나간 주에도 전화를 하니 아이스크림 사오라는 이야기만 한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맛있는 간식이다. 차가운 맛, 고소한 맛, 달콤함이 곁들여진 간식이다.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오죽하면 아이스크림 같은 사랑이란 말도 생겼을까?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선뜻 사주지 못한다. 잘 사주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 더 먹고 싶은 것이다.


 며칠 전에도 전화를 하니 딸들이 요구 사항을 이야기한다.

  “아빠, 올 때 아이스크림 꼭 사가지고 오세요. 알았죠?

확인까지 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작은 딸이 전화를 큰 딸에게 넘기니 큰 딸도 또 이야기 한다.

  “아빠, ㅇ,ㅇ, ㅅ, ㅋ, ㄹ(아이스크림의 암호) 꼭 사오세요. 꼭요.”

큰 딸은 강조까지 하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아내가 아이스크림 못 먹게 하니 암호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초등생들에게는 초성을 이용한 암호가 유행하는 것 같다. 가령 학교는 ‘ㅎ, ㄱ’으로, 엄마는 ‘ㅇ, ㅁ’등으로 말한다.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지만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두통 샀다. 아이스크림을 사가지 않으면 두 딸들이 실망할 것 같다. 떨어져 있으니 아이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아이들도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부쩍 요구 사항이 더 많아졌다. 아빠가 떨어져 있다는 약점을 은근히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현관문을 여니 아이들이 환호를 한다. 아빠가 왔다는 반가움과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 두통이 아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한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받자마자 뜯어 먹는다. 아빠도 먹으라고 작은 딸이 스푼을 가져다준다. 한 입 떠 넣으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퍼진다.


  아이스크림을 한참 먹다가 보니 두 팀으로 나누어져 먹고 있었다. 나는 큰 딸과 같이 먹고, 아내는 작은 딸과 팀을 이루어 먹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들이 먹는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놀려댄다.


  먼저 작은 딸이 이야기한다.

  “엄마, 아빠와 언니는 촌스러운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요. 우리가 먹는 것이 더 세련된 것이죠?”

  “맞아, 우리가 먹는 것이 더 고급스러운 것이지. 아이스크림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것이 좋은

   거야. 호두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촌스러운 거야.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자체로만 즐기는 거야. 

   아이스크림은 바닐라가 최고야.”

 아내가 아이스크림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 아내와 작은딸 팀의 아이스크림


  아내는 내가 촌에서 자랐다고 가끔 놀린다. 나는 그런 놀림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촌에서 자란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큰딸은 나와 성향이 비슷하고, 작은 딸은 아내와 성향이 비슷하다. 그래서 사소한 일을 가지고 두 팀으로 나뉘어 종종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큰딸이 한마디 한다.

  “에이 이게 더 비싼 아이스크림이야. 싸구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그치 아빠”

  “그래 이게 더 비싼 거야. 그리고 여기에 들어있는 것은 호두가 아니고, 피칸이거든. 피칸 들어보기나 했나?”

하면서 나도 반격을 한다.


  아내가 다시 공격을 한다.

  “당신 피칸이 뭔지 알아?”

  “아니 몰라, 여기 씌어 있잖아. 뭔지 몰라도 맛있기만 하네.”

 

 

 

                                         

                                           *아빠와 큰딸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논쟁은 계속되었다. 끝날 줄을 모른다. 두 팀으로 나뉘어 하던 말싸움은 무승부로 끝났다. 장난기가 섞인 말싸움은 행복한 것이다. 이것이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두 딸들을 보니 뿌듯하다. 그 아이스크림이 내 배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하니 더 즐거운 것이다.


  한참 후에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 큰딸이 내게로 온다. 귓속말로 이야기 한다.

  “아빠, 그래도 우리가 먹던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는 거죠?”

승부욕이 강한 큰딸은 꼭 이기고 싶은 모양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