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작은딸이 아빠에게 아이스크림 사게 하는 방법

행복한 까시 2010. 8. 31. 07:06

 일요일 오후였다. 점심 먹고 낮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집안이 조용하다. 두 딸들은 놀이터에 가서 노는 모양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들이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도 잘 논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는 모습을 보며, 건강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철이 없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실컷 놀았는지 작은 딸이 들어온다. 조용히 들어와 내 옆에 앉는다.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빠, 아이스크림 사주면 안돼요?

   조금 전에 어떤 애가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먹고 싶어서 혼났어요.

   한 번만 사주면 안돼요. 제발.”


 평상시 아이스크림이 좋지 않다고 해서 절제를 했다. 색소, 향, 기타 첨가물들이 많이 들어 있어 잘 사주지 못했다. 게다가 작은 딸은 아토피가 있어 이런 것들을 먹으면 더 심해진다. 그렇다 보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난리이다. 아이스크림만 보면 생전 처음 먹는 것처럼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내가 어린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했다. 우리 딸들처럼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먹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작은 딸이 애처롭게 부탁을 해서 사준다고 약속을 했다.


 “그래, 이따가 저녁 먹고 아빠와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이 말을 들은 작은 딸은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그리고 언니에게 말을 전한다.

  “언니,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준대.”

 큰 딸이 바로 되묻는다.

  “아빠, 아이스크림 사 줄 거죠?”

  “아니.”

 하며 장난을 쳐 본다.

  “야, 아빠가 아이스크림 안 사준대.”

  작은 딸이 발끈하며 다시 묻는다.

  “아빠가 사준다고 했잖아요.”

  “사 줄게.”


 저녁을 먹고 작은 딸과 편의점으로 향했다. 작은딸은 발걸음이 가볍다. 아이스크림이 무척 먹고 싶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나보다도 몇 걸음 앞서 걸어가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몇 개 골라 계산하고 나니 바로 먹겠다고 한다. 집에까지 갈 시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뜯어서 먹는다. 개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집에 도착해서 큰딸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작은 딸이 먹고 싶어서 안달이다. 아내는 배가 아프니 더 먹지 말라고 한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게 하니 잔뜩 심술이 나 있다. 잠시 후 언니가 먹고 난 아이스콘 껍데기를 빨고 있다. 도저히 안쓰러워 못 보아 주겠다.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있으면 혹시나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주길 바라면서 하는 행동이다.


 아이들을 두고 아내와 산책을 나왔다. 한참 가다 보니 아내의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는 전화이다. 어디라고 위치를 말해주니 전화를 끊는다. 아마도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으려고 위치 확인 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 그냥 모른 척 해둬. 알았지.” 


 얼마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저런 행동을 할까하니 안쓰러워 진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아이스크림도 믿지 못해 잘 먹이지 못하는 세상이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먹고 나면 온몸에 아토피가 더 심해진다. 그래서 못 먹게 하는 것인데, 저렇게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안 사줄 수도 없고 정말 고민이다. 그래서 마트에 갈 때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살까 말까하며 아이스크림 판매대를 기웃거리고 있다.


 작은 딸의 심리전에 완전 넘어가 버렸다. 작은 딸은 나의 마음을 잘 안다.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면 마음 약한 아빠가 다 들어 준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이런 심리전을 쓰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내는 딸들에게 또 당했네 하면서 눈을 흘긴다. 아내가 아이들의 먹을 것 통제를 방해했다는 의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