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방학 첫날부터 얼음 때문에 야단맞는 우리 딸들

행복한 까시 2010. 7. 20. 07:00

 아이들은 방학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좋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좋지만 집에서 삼시세끼 밥을 하는 아내는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 방학은 나에게는 개학이야, 아휴 아이들 하고 한 달 이상을 싸워야 하겠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싸움이 시작되었다. 방학 첫날부터 집안에는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요일에는 나까지 집에 있으니 아이들은 나와 아내에게 야단맞느라 하루가 짧기만 하다. 냉커피 때문에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야단을 쳤다. 


 더운 여름날 먹는 냉커피 정말 맛있다. 여름이 되면 냉커피 먹는 낙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달콤 쌉쌀한 냉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더위가 싹 가신다. 이 맛 때문에 냉커피의 유혹은 참기 힘든 것이다.


 아침을 먹고 날이 더워 아내에게 냉커피 한잔 먹자고 하였다. 식후에 아내와 함께 마시는 냉커피 한잔도 나름대로 낭만이 있다. 종종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가며 아내와 커피를 마신다. 냉커피를 타려고 커피에 물을 조금 붓고, 얼음을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냉동실의 얼음케이스에는 얼음이 달랑 세 개만 남아 있었다.


 얼음케이스를 보자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며칠 전에도 얼음케이스에 얼음이 없어 딸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얼음을 먹고 난 후에는 물을 부어서 얼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사람이 먹을 수 있단다. 물을 붓는 것이 어려우면 엄마에게 이야기해서 얼려 놓으라고 해라.”   


 이렇게 이야기 했는데도, 얼음만 쏙 빼먹고 얼음 케이스를 냉동실에 넣어 놓은 것이다. 딸들의 그런 행동이 싫었던 것이다. 얼음을 먹고 나서는 뒷사람을 위해 얼음을 얼려 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도 잘했다고 말대꾸를 한다.


  “얼음 있잖아요.”

 얼음케이스에 세 개 들어 있는 것도 얼음이란다. 자신의 잘못을 파악도 못하는 큰딸에게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얼음케이스로 큰딸을 때렸다.


  “야, 이게 얼음이냐. 고작 세 개들어 있는 것이 얼음이란 말이냐? 저번에 좋은 소리로 했으면 들어야지.”

 하며 소리를 질렀다. 평상시 아빠에게 야단을 맞지 않다가 갑자기 야단을 맞으니 서러운가 보다. 방에서 흐느껴 울고 있다. 나도 화가 나서 모른 척 했다.


 요즘 들어 아이들의 생활 태도가 엉망이라는 것을 느낀다. 뒷정리도 잘 하지 않고, 집안일을 등한시 하는 것 같다. 집안일은 늘 엄마, 아빠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집안 정리하는 것을 시키지 않았더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아이들 잘못이라기보다는 나와 아내가 잘못 가르친 것 같다. 이제와 바로 잡으려고 하니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화낼 일이 아니라 알아듣게 잘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가르치는 것을 망각하고, 소리부터 지른 것이다. 


 방학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화를 내었다.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된다.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야단맞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했던 내가 아니던가? 어찌 보면 나도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화부터 내지 말았어야지 하며 후회를 해 본다. 그러나 이미 화는 큰딸을 울리고 만 것이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딸은 한참을 울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은 세 차례나 야단맞았다. 인내심 있게 잘 가르쳐야 하는데, 참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번 방학에는 야단을 치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가르쳐야 하는데 잘 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