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아이들은 컸어도 아빠와 노는 것을 좋아한다.

행복한 까시 2010. 12. 23. 17:11

 

 아이들이 초등 6학년,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컸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요즘은 놀아주는 것도 인색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놀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조숙해서 어른들과 잘 놀지 않는다고 주위에서 이야기 한 탓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 일을 마치고 늦게 퇴근해도 죄책감 같은 것이 예전 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 


 어제는 감기가 걸려 약간 일찍 퇴근했다. 그것도 평상시 보다 약간 일찍 퇴근한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은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부를 마치더니 큰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놀아 주세요?”

  “그래, 뭘 하고 놀까? 게임이나 한판 할까?”

  “좋아요. 내기해요.”


 내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큰 놈이다. 같이 게임을 하니 큰놈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나를 이겨보려는 큰딸의 집념이 끈질기다. 같이 놀아주니 큰딸이 너무 좋아한다. 그동안 딸들에게 무심했던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 놀아주는데도 이렇게 행복해하는데, 그동안 실행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삶에 있어 최고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장 많은 답을 한 것이 행복한 가정이라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행복한 가정이 인생에 있어서 최고 가치가 아닐까 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한 가지가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로서 느끼는 행복일 것이다. 사실 아이들은 아빠가 놀아주는 것에 대해 많이 행복해 한다고 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는 거의 빵점 수준의 아빠이다. 나는 거의 매일 늦는 편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일찍 들어온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두 번 정도 일찍 들어오는데, 운 나쁜 주는 하루도 일찍 들어오는 날이 없다. 주로 회사에 남아서 일하는 날이 많고, 일찍 나오는 약속 때문에 대부분 늦는다. 그나마 일찍 들어오는 날은 만사가 귀찮아 늘어져 버린다. 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영화관이라도 가야겠다. 그동안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철저하게 보상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컸다고 방심했는데, 아이들은 커도 아이들인 것 같다. 여전히 아빠와 놓는 것을 좋아하는 철부지 어린애인 것이다.


 요즘 사람들의 삶은 모두가 비슷할 것이다. 늘 쫓기는 듯한 삶 때문에 가족들과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다. 어린 시절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밥을 먹던 시절이 그래도 행복했다고 새삼 느끼게 한다. 아마 다른 것을 더 얻기 위해 요즘 사람들은 작은 행복을 희생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자그마한 일들이 행복인데, 요즈음의 나는 이 작은 행복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가족들에게 미안해하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