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회사를 그만두고 면접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행복한 까시 2010. 7. 3. 07:15

 

 며칠 전 면접을 보았다. 이제 사람을 뽑는 면접을 자주 하는 것을 보니 직장 생활을 오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자가 많다고 언론에서는 떠들어 대지만, 막상 사람을 뽑으려고 하면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경력 사원은 더더욱 뽑기가 힘들다.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기술직을 포함한 모든 직종에서 인력 채용을 적게 한 것도 인력이 모자라는 이유일 것이다.

 

 

 이번에 운이 좋게도 경력직 세 명이 응시했다. 한 명만 뽑으면 되는데 세 명이 응시한 것이다. 그 중 두 명은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직장을 그만 두고 쉬면서 구직활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왜 회사를 그만두고 구직활동을 하나요?"

  "회사를 다니면서 직장을 알아보려면 너무 힘듭니다. 면접도 보러 다니려면 시간도 내야하고, 다니던 회사에 피해를 줄 것 같아서 그럽니다."

 

 맞는 말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구직 활동을 하려면 제약이 많다. 가장 힘든 일은 면접 보러가기 위해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다.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서 휴가를 내야한다. 휴가를 잘 내주는 회사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면접 보러가기가 힘든 것이다. 휴가를 잘 내주지 않는 경우에는 자신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가족들을 팔아야 한다.

 

 

 그래도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활동을 하면 편한 만큼 손해 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우선 뽑는 회사에서는 무능하다고 판단 할 수도 있다. 아무리 힘들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옮길 회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표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 다음은 경제적인 문제이다. 회사를 그만 둔 순간 월급이 끊긴다. 미혼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기혼자인 경우에는 심각하다.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한 달 후에 취업이 될지 아니면 일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게 되면 연봉 협상에서 불리하다. 보통 회사에서는 임금을 많이 주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가 연봉제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연봉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직 검증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연봉을 조금 주고 나서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연봉을 올려 줄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 다니면서 연봉 협상을 하면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연봉을 받기가 수월해 지는 것이다.

 

 

 면접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 피해를 줄까봐 회사를 그만두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 친구를 순수하다고 판단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친구라고 치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다양한 것을 겪었다. 회사 생활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순수함만 가지고 생활해야 할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직장도 단순하게 보면 장사하는 곳이다. 단지 장사와 다른 점은 판매 단위가 크다는 것이고, 장사 보다는 체계와 전략을 가지고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회사에서 버티기가 힘든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를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마음의 상처도 덜 받고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한 사람만 뽑고 나머지 두 사람은 떨어뜨렸다. 떨어진 한사람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 친구가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고 했다. 사적인 마음 같아서는 뽑아주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았다. 그 애처로운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번에 면접을 보면서 결혼한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활동을 하지 말라고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