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직장인들은 유리감옥에 사는 사람들이다.

행복한 까시 2010. 7. 28. 17:15

 

 

 

  출근길 도로변에서 차를 기다리고 서 있다. 카풀을 하면서 생긴 나의 출근길 풍경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모두를 지친 표정들이다. 학교에 다니는 일과 공부하는 일들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도로 변에 있는 나를 보고 지나가는 택시들이 경적을 울려 댄다. 내가 택시를 타려고 도로변에 서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미처 택시를 못 보았을까봐 경적으로 신호를 하는 것이다. 간간히 직장인들도 눈에 띈다. 통근 버스를 타는 사람들, 시내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늘 아침이면 일어나는 일상인데, 왜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동안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했기 때문에 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아침마다 차를 몰고 오로지 회사에 빨리 도착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런 출근길 표정들을 읽을 수가 없었고, 보이지도 않는 것이었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 자유는 있으나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폐쇄적은 공간 안에서 이동만 있을 뿐이다. 이리저리 이동하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하지만 자동차 안도 또한 회사 사무실의 연장선인 셈이다. 아파트를 나와 몇 발자국 걸어 자동차에 오른다. 자동차에 갇혀 회사 사무실 앞까지 도착한다. 도착해서도 몇 발자국 걸으면 바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가만히 보면 장소는 이동했다고 하지만 갇힌 상태로 공간만 이동한 것이다. 이런 출근길을 볼 때 유리 감옥에 갇혀 지낸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해서도 마찬가지 이다. 하루 종일 회사 안에서만 맴돈다. 주로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움직여 봐야 임원들이 있는 방이나 관련부서에 가서 업무하는 것이 고작이다. 회사 사무실도 유리로 지어진 건물이다. 보기에는 근사할지 몰라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 감옥일 뿐이다. 밖은 잘 보이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현실이 직장인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그저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어쩌다 외근을 나가도 마찬가지이다. 외근 가서 처리할 일 때문에 밖을 돌아다녀도 머릿속은 늘 업무로 가득 차 있다. 육체는 밖에 있어 자유로운 것 같이 보이지만, 정신은 회사 안에 있는 것이다. 가끔 홀가분한 일로 외근을 나가서 편안하게 돌아다니려고 하면, 휴대폰으로 업무관련 전화가 와서 한가로운 마음을 싹 달아나 버리게 한다. 직장인들은 외근을 나가도 보이지 않은 끈에 묶여 있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은 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 끈이 직장인들을 따라 다니며 괴롭히는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 이다.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 출근길과 똑같다. 유리 감옥과 같은 차안에서 밖의 풍경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채 집에 도착해 버리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퇴근을 하면 도로위의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서 과일을 파는 부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과일가게를 지나가는 많은 사라들이 눈길하번 주지 않는다. 가끔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과일 값을 물어 보곤 한다. 학생들은 학원을 가는지 가방을 메고 분주히 움직인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퇴근을 하면 유리감옥에서 탈출한 느낌 같다. 외부 세계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직장인은 유리 감옥에 사는 것이다. 특히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은 더 그렇다. 집에서부터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 한 번 접촉해 보지 못하고 출근하는 것이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업무하다가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퇴근시간에도 마찬가지 이다. 회사에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닫힌 공간에서 장소만 잠시 이동한 것이지 갇혀있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하루하루를 출근하면서 살지만 여태껏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우리가 갇혀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그냥 익숙해진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유리로 지어진 감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우리가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말이다.

 

  유리 감옥에 갇혔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카풀을 하면서 알아낸 비밀이다. 카풀을 하지 않았다면 유리 감옥에 갇혀 지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감옥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격한 것 같지만 실상이 그런 것이다. 오로지 주말에만 출소를 하는 것이다. 주말에 출소 했다가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입소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월요일 아침이 되면 유리 감옥으로 들어 가는 것이 싫어서 월요병을 끙끙 앓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