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휴일 날 집에 있는 남자들이 하는 일들

행복한 까시 2010. 7. 12. 12:00

 

 주말이라고 해도 중년의 남자들은 집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결혼식, 돌, 친구모임, 부모님 방문, 회사의 행사 등으로 집에 붙어 있기도 힘든 것이다. 어쩌다가 집에 있는 날이면 해야 할 집안일도 소소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 주에는 집에서 보낸 홀가분한 한 주였다. 그동안 밀린 집안일이 나를 부르고 있다. 아침부터 집안일을 시작하여 하루 종일 움직였는데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내가 하는 집안일은 별로 표시도 나지 않으면서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집안일을 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화분 물주기


 집안에 화분이 몇 개 있다. 화분도 부지런해야 키우는 것이다. 게을러서 그런지 그다지 많은 화분을 갖고 있지 않다. 제때 물도 잘 주지 못하는데, 화분은 제법 잘 자란다.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이 사랑을 많이 주어서 잘 자라는 모양이다.


 화분을 들여다보니 바짝 말라 있다. 마치 물을 달라고 하다가 치친 것처럼 잎들이 모두 시들어 늘어져 있다. 자기들만 물을 먹고 우리에게는 물 한 모금 안주냐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화분을 베란다로 옮기고 물을 흠뻑 주었다. 그동안 물을 주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충분히 주었다.


 화분이란 것은 물주기도 어렵다.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 죽고, 너무 물을 안주면 말라 죽는 것이다. 적당히 주어야 하는데, 그 적당한 양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는 않다. 물을 주고 나니 회분의 화초들이 싱싱해 진다. 내 마음도 따라서 싱싱해지는 느낌이다.

 

 

  # 여름옷 쇼핑 


 아내는 여름에 입을 옷이 없다. 아이들 옷 챙기고, 나의 옷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옷은 사 입지 못한 것이다. 최근 아내가 옷을 사고 싶어 해서 쇼핑을 나갔다. 아내의 알뜰함 때문에 쇼핑을 나가도 할인점으로 으로 간다. 세일을 하지 않으면 아내는 절대로 옷을 사지 않는다. 다행이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원피스 두벌을 샀다. 그리고 내 티도 두장 샀다. 


 그다지 비싼 옷도 아닌데, 아내는 소녀처럼 좋아한다. 결혼 후 아내에게 옷을 사 준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내가 계산한다고 하니 아내는 더 좋아한다. 아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콧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딸들이 난리가 났다.


 엄마하고 아빠만 옷을 샀다고 시위를 한다. 사실 아이들 옷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 준다. 아이들의 옷은 한 철 밖에 입히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 빼 놓았더니 난리가 난 것이다. 아이들이 제법 커가는 모양이다. 옷에 욕심을 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는 수 없이 두 딸들을 데리고 가서 옷 한 벌씩 사주었다. 옷을 한 벌씩 안기니 딸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 집안청소


 집에 있는 날에는 진공청소기를 한 번씩 돌려준다. 집안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물건들 때문에 청소기 돌리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 아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은 청소가 유일하다. 대신 부엌일은 잘 거들어 주지 못한다. 부엌일을 깔끔하게 하지 못하는 내 성격 때문에 부엌에 가면 아내에게 늘 쫓겨나는 편이다.


 집안 청소를 마치고 나서 쓰레기를 버렸다. 플라스틱, 캔, 종이, 신문지 등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 같다.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보면서 걱정도 된다. 쓰레기를 버리고 오면서 앞으로 좀더 절약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칼 갈기 


 휴일 날이면 가끔 칼을 간다. 칼은 남자들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칼 갈 때 힘이 많이 들어가니까 남자들이 가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예쁜 여자들이 칼을 가는 것은 왠지 어색한 그림이라 남자들에게 역할 분담이 되어졌는지도 모른다. 칼을 자주 간다는 것은 요리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요리를 많이 하면 칼이 금방 무뎌진다. 그래서 갈아야 잘 든다. 칼을 자주 갈아 주지 않기 때문에 아내에게 불평을 많이 듣는다. 갈아야지 생각하고 있다가도 곧잘 잊어버린다. 칼을 제때 갈아주지 않아 집안일 못하는 남자로 치부하기도 한다. 칼을 갈아 놓으니 아내가 웬일이냐는 듯 놀란다. 나도 마음먹으면 잘한다고 대꾸를 한다.  

 

 

 #낮잠  


 휴일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럴 것이다. 일요일이 되면 긴장이 풀려 저절로 잠이 온다. 나는 스트레스를 잠으로 푼다. 평상시에도 잠이 많다. 아내는 잠 많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잠만 없었으면 스님하면 딱 좋은 사람이란다. 난 아닌 것 같은데, 아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일요일에는 잠을 자야 피로가 풀린다. 그래야 집안일도 할 수 있고, 책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잠이 많다는 것은 체력이 약하다는 증거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내는 늘 체력을 키우라고 잔소리 한다.


 #저녁 운동      


 이른 저녁을 먹고 온 가족이 운동을 나갔다. 큰 딸은 일제고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데리고 나갔다. 일제고사는 한 두 시간 공부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평상시에 공부한 것을 테스트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공기가 너무 깨끗하다. 숨을 쉬기가 편안하다. 아내는 운동장 트랙을 따라 돌며 걷고 있다.


 나와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쳤다. 아이들이 잘 치지 못하니 재미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나오니 즐거운가 보다. 배드민턴을 치고 나서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놀이를 하였다. 아이들은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잘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작은 놈은 얼마나 즐거웠는지 일기장 가득 오늘 놀이한 것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일기를 써 놓았다.


 이렇게 해서 휴일 하루가 지나갔다. 남자들의 휴일 일상은 비슷할 것이다. 조금만 집안일에 신경을 써주면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신경 써 주는 그 일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