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장마철이 되면 청개구리처럼 걱정하는 사람이 된다.

행복한 까시 2010. 7. 17. 10:09

    

 장마가 시작되었다. 지금도 많은 비를 뿌리고 있다. 장마는 더위를 암시하는 것이다. 장맛비는 더위를 몰고 오는 더운 공기가 찬 공기를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마가 끝나면 무더운 날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장마가 실제로 끝나는 것은 9월 중순 이후인 것 같다. 북쪽까지 올라갔던 더운 공기가 내려올 때 또 한 차례 큰비를 뿌리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큰 비 피해를 준 것은 8월말에서 9월초에 오는 비가 가장 무서운 피해를 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의 초입에 내리는 비가 더 무서운 느낌이 든다. 

 

 장마철에는 금방 비가 왔다가, 맑아지기도 하고, 시커먼 먹구름이 온통 하늘을 덮어 마음까지도 어둡게 만든다. 그리나 어떤 때는 오히려 차분한 느낌이 들면서 공부나 업무가 더 잘되기도 한다. 또 비가 많이 올 때 마시는 커피는 더욱 맛있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커피와 빈대떡 같은 간식도 더욱 맛이 있다. 장마철에 내리는 빗줄기가 세차게 내릴 때는 마음의 때까지 씻어 내리는 느낌이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시원하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햇볕이 반짝일 때 깨끗한 하늘과 멀리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깨끗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 개인적으로는 장마에 대한 걱정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치 청개구리들이 어머니를 물가에 묻어놓고 비만 오면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울어대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고향은 강가의 자그마한 마을이다. 따라서 홍수가 나면 논과 밭이 강물에 침수될 위험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비만 많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고향의 논밭이 걱정이 된다. 집사람도 이제는 비만 오면 나보다 더 먼저 고향집에 전화를 한다. 비피해가 없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논밭이 침수되는 것은 부모님이 피와 땀이 침수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매년 장마철만 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올 한해도 다 지나갔구나' 하는 비관론자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낙관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아직도 올해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는데, 이런걸 보면 나는 혹시 비관주의자가 아니가 의심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와서 휴가철이 지나고 나면 서늘한 바람이 불지 않는가? 그 후 얼마 안 있으면 추석이 오고 추석이 지나고 얼마 안 있으면 연말이 오기 때문이다.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지만 사실이다.

 

 이래저래 장마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조바심이나는 불청객인 것이다. 그리고 장마가 끝나면 올 한해도 다 지나갔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무거운 것이다. 지금도 비는 그칠줄 모르고 세차게 내린다. 조립식 건물이라 비리가 더 세차게 들린다. 비닐로 된 멍석에 콩 떨어뜨리는 소리와 같이 요란하기만 하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비가 어느 정도 오는지 상상이 된다.

 

 남부지방에는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비 피해가 적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여름에는 큰 피해 없이 조용히 장마철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