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사과하는데 인색하다.

행복한 까시 2010. 12. 16. 14:15

 

 얼마 전 회사에 일이 터졌다.

거래처에 보낸 서류가 오타가 났기 때문이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일을 낸 것이다. 더구나 수출용 서류에 오타가 난 것이다. 거래처에서는 영업사원에게 난리를 쳤다. 그 서류 때문에 수십억 손해가 났다면서 변상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과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을 했다. 거래처와 거래가 끊길까봐 안절부절 하며 사과 공문을 작성했다.


 작성해서 결재를 올렸다.

상사는 사과문을 읽어 보더니 너무 굴욕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첨삭을 하면서 고쳐 주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너무 굴욕적으로 작성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생각에는 잘못을 했으면 거래처에 사과하고,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거래관계가 유지되고, 나중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남에게 사과하는 것에 인색하다. 사과하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은 사람이다. 회사에서 제일 힘든 일이 시말서나 사과 공문을 쓰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문서를 작성할 일이 종종 생긴다. 회사에 다니려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문서들이다. 아무리 잘 하려고 노력을 해도 이런 문서를 쓸 일이 꼭 발생한다.


 이런 나의 성격 때문에 결혼 초에 아내는 힘들어했다.  

어쩌다 둘이 다투었어도 사과는 늘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의 몫이 아니라 성질 급한 아내가 먼저 사과를 했다. 아내는 남자가 먼저 사과를 해야지 하면서 늘 불만을 표시했다. 그래서 지금도 아내는 나를 고집불통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은 신혼 초에 비해서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아내의 마음에 쏙들 정도까지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사과에 인색하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여 들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행동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다. 그 대신 잘못된 행동을 잘 하지 않는다. 사과하기가 싫으니 잘못된 행동을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매사에 꼼꼼히 행동하고 체크한다. 그러다 보니 본인도 힘들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은 장점도 되지만 단점도 될 수가 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대체로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고, 성과도 많이 내어 빨리 승진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따른다. 본인도 힘들고, 주위 사람도 힘들게 한다. 때로는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도 힘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과 한마디 하면 쉽게 풀일 일도 어렵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자존심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를 낮추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낮추는 것은 아니다. 낮출 때 낮추고 높일 때 높이는 것이다. 예전에 나를 알았던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를 해 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좀 더 변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자존심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빚을 갚으려면 아직 더 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