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나이가 드니 “아무거나”가 되어 간다.

행복한 까시 2011. 4. 5. 06:30

 

 식당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

참, 메뉴란 것은 고르기도 쉽지 않다. 메뉴를 고르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이처럼 메뉴를 고르는 일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고른 메뉴를 따라서 외친다. 이것도 아니면 “아무거나 주세요.”라고 대충 말한다. 젊은 시절 유난히 보통 사람들과 다른 메뉴를 골랐다. 아마도 입맛이 까다롭고 예민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먹지 않은 독특한 음식의 메뉴를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이런 버릇도 점점 사라져간다.

언제부터인가 입에서 “아무거나 주세요.”란 말을 자주하게 되었다. 며칠 전 아이들과 중국집에 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탕수육을 시키고 각자 메뉴를 골랐다. 큰딸은 짬뽕을 작은딸은 자장면을 주문했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이 선택한 메뉴를 같이 나누어 먹었다. 이제는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먹는 양이 많지 않은 우리 가족은 적게 시켜서 나누어 먹는다. 탕수육을 먹고 나면 각자 시킨 메뉴음식이 남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요즘은 ‘아무거나’가 되어 간다.

현장 생산 라인을 도와주는 업무가 생기면 다른 직원들이 선택하고 남은 시간에 배정을 한다. 다른 직원들은 각자 필요한 시간에 선택하여 배정을 받는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선택하고 남은 시간에, 남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시간을 선택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면에서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자기주장이 강해서 메뉴도 먼저 선택하고, 회사 일을 하다가 선택할 일이 있으면 먼저 주장하고 선택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주장이 줄어드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노련미를 갖고 여유롭게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것이 나이를 먹으면서 얻는 또 한 가지의 특성인가 보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은 젊은 사람에게 너그러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