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어린애와 어른의 모습이 공존하는 사춘기 큰딸

행복한 까시 2011. 2. 22. 11:38

 

 며칠 큰 딸이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멀리서 보면 외모에서 성숙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미숙함 그 자체이다. 행동하는 것을 보면 어린이와 성인의 모습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어떤 때는 성인 같은 행동을 하다가도 잠시 후면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한다. 한마디로 딸아이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혼동 그 자체이다.


 요즘 부쩍 유치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조금이라도 어린이 취급하면 유치하다는 말을 한다. 핑크색 계통의 옷이나 신발을 신으라고 하면 한마디 한다.

 “유치하게 이런 옷을 어떻게 입어요.”

 “아휴, 요즘 남자 애들 유치해서 못 봐주겠어요.”

 남자애들과 같이 놀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유치하게 어떻게 노느냐는 반응이다. 남자애들에게 유난히 민감하다. 남자이야기만 나오면 유난히 큰 소리를 낸다. 


 하루는 학원에 다녀와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빠는 자상해서 좋아요,”

 “웬일이니? 네가 그런 말을 다하구.”

 “우리 학원 애들 중에는 아빠한테 맞는 아이들도 있대요.”

 “아빠는 야단도 치지 않으니까 좋지요.”


 큰 딸은 불만이 많았다. 항상 ‘아빠 미워’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엄마한테도 마찬가지였다. 툭하면 엄마에게도 밉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학원을 다녀오더니 엄마가 제일 좋단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해 보니 그래도 엄마가 제일 좋다는 말을 한다.   

 

  "엄마는 간식을 만들어 줘서 좋아요."

 "엄마도 공부하라고 하는데, 다른 애들에 비하면 아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다른 애들은 엄마가 공부 무지하게 많이 시켜요."

 

 큰 딸의 눈에는 이제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그전에는 집이 세상의 모든 표준인줄 알고 살아온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우리집과 같이 산다고 느낀 것이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다른 애들은 우리 딸 보다 더 좋지 않은 점도 있고, 더 좋은 점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큰 딸이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마냥 어린애 인줄 알았는데, 서서히 조금씩 철이 들어 가고 있다. 엄마와 아빠를 조금씩 정확히 파악해 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때 주관적으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객관적으로 엄마와 아빠를 파악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끌어 안고 다닌다.

이불을 끌어 안고 나와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조른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린애 같다.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른처럼 행동한다. 어린아이 시절 보았던 어른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적어진 느낌으로 행동한다. 이런 큰 딸의 모습이 아빠 눈에는 그저 웃기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