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주말 집안 구석에서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행복한 까시 2011. 4. 11. 07:00

 

 일요일에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오랜만에 느긋한 주말을 보냈다. 회사일이 많아 지난 몇 주 동안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그 와중에 이태리 출장까지 있어 피로는 더 쌓여갔다. 다행이 이번 주는 쉴 수가 있어 피로가 많이 풀렸다. 오랜만에 주말에 집에 있으니 구석구석 나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널려 있다.


 현관 입구에는 쌀자루들이 정리를 해 달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한 달 전에 고향집에서 가져온 쌀이다. 정리할 시간이 없어 그대로 쌓아 놓은 것이 한달이 지나 버린 것이다. 날이 더워지면 쌀에서 벌레가 나온다. 아무 것도 없는 깨끗한 쌀에서 벌레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쌀을 한 자루씩 가져다 김치 냉장고에 옮겨 담았다. 여러 개의 비닐에 담아 차곡차곡 채워 넣었다. 김치 냉장고 안에서 쌀들이 고맙다고 재잘거리고 있다. 김치 냉장고에 쌀이 가득 차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앞 베란다에 가니 여행용 가방이 옷을 입혀 달라고 보채고 있다.

출장 다녀 온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커다란 여행 가방이 그대로 베란다 구석에 놓여져 있다. 비닐에 넣어서 정리해 달라고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다. 비닐에 넣어서 앞 베란다 창고에 선반에 올려놓았다. 여행 가방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여행용 가방을 정리하고 거실로 들어오니 화분들이 목마르다고 외치고 있다.

화분이 바짝 말라 있다. 목이 말랐을 것이다. 화분에 물을 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물을 못 먹어서 그런지 군자란의 꽃대가 올라오다가 말았다. 물을 흠뻑 주니 화분속의 군자란이 금방 싱싱해 진다. 바라보는 내 마음도 싱싱해 진다.


 이제 일을 다 끝냈나 싶었더니 식탁이 나를 부른다.

아내가 준비해 놓은 만두속이 나를 부른다. 옷을 서로 먼저 잎혀 달라고 아우성이다. 부지런히 만두속에 만두피를 입혔다. 아내 혼자 빚으면 오랫동안 해야 할 분량이다. 내가 도와주니 만두속이 빨리 줄어든다. 아내가 만두를 빚어서 쪄내니 두 딸들은 맛나게 먹는다.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만두 같은 간식을 만든다고 한다. 아이들이 잘 먹으니 아내의 마음이 뿌듯한 것이다.


 만두를 빚고 나니 거실 바닥이 나를 부른다.

지저분한 먼지를 치워 달라고 부른다. 매일 청소해도 먼지는 어디서 이렇게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청소기를 돌려 먼지를 제거하니 바닥이 깨끗해 졌다. 청소기에는 집안에서 나온 먼지들이 가득 차 있다. 바닥청소가 끝나니 지저분했던 거실이 깨끗해 졌다.  


 집안 구석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나니 집안이 조용해 졌다.

늦게 시작한 하루는 오후가 되어서야 집안일이 정리가 되었다. 주말에 조금씩 했으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것도 몰아서 하니 양이 많아진다. 이렇게 해서 주말은 다 지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