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직장에서 국어실력은 영어보다 더 중요하다.

행복한 까시 2012. 5. 14. 06:54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국어 능력이 영어 능력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영어는 특정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국어는 누구에게나 많이 사용된다. 특히 회사에서 자리가 높아짐에 따라 임원들과 일을 하다 보니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국어 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 실력이 생각보다 우수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나도 가끔 글을 쓰다가 보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서 헷갈려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어 능력하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대표적인 능력인데 이 네 가지 능력이 모두 중요한 것 같다. 요즘은 국어 인증 시험이 있는데 사람들의 국어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관점에서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듣기 능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회의 시간이나 상사의 지시사항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먼저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말하는 사람들, 듣기 보다는 본인의 의견만 너무 말하는 사람은 분명 듣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남이 말하는 소리는 듣기 싫어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아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 듣기는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것이 중요하다. 사오정 같이 지시사항을 잘못 해석하여 엉뚱하게 일처리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도 실제로 많이 일어난다.

 

 

  다음은 읽기 능력인데, 글씨는 누구나 잘 읽는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읽는 능력이 그리 쉽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구 자료나 업무 자료를 검토할 경우, 회사 내부 또는 외부에서 온 문서를 파악하는 능력을 보면 그 사람의 독해 능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의외로 자료를 읽으면서 핵심을 잘 파악한다거나, 요점을 잘 정리하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자료에서는 행간의 숨은 뜻도 잘 읽어야 한다. 그래야 특히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 숨은 의도나 뜻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쓰기와 말하기이다.

읽기와 듣기는 웬만큼만 하면 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쓰기는 보고서에 기안자 이름이 항상 따라 붙기 때문에 금방 드러난다. 물론 결재 과정 중에 중간 간부들이 다듬어 주지만 중간 간부의 쓰기 실력이 시원치 않을 경우에는 많은 낭패를 볼 수가 있고, 업무 능력을 의심 받는다. 문서를 잘 작성하지 못하면 타부서의 공격을 받기도 쉽고, 결재 문건인 경우 최종 결재자의 결재를 쉽게 받지 못한다. 결재를 쉽게 받으려면 기안하는 문서를 간단명료하고,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기 능력이다.

말하기는 구두 보고할 때나, 회의 참석할 때,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브리핑을 할 때 실력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말하기는 쓰기 보다 더 적나라하게 실력이 드러난다. 말하기 또한 쓰기와 마찬가지로 간단명료하면서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한다. 너무 장황하게 말을 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뼈대도 없이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사실을 결론부터 이야기 한 후 보충 설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브리핑을 할 때에도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중요사항을 중심으로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도 가장 취약한 부분이 말하기이다.

고등학교 때 이런 일도 있었다. 국어시간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선생님께서 팥죽과 관련된 옛날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시기에 안다고 손을 들었더니 나와서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나갔지만 결과는 너무 떨리고, 말 주변이 없어서 이야기하다가 말고 들어온 기억이 난다. 그때는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도 발표를 잘 못해 수업시간에 망신도 많이 당했다.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면 많이 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년 전 회사에서 제품교육을 엉망으로 한 기억도 있다.

이런 경험들이 떠올라 아직까지도 발표만 있으면 걱정이 많이 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그동안 많이 연습을 하고, 또 부서의 책임자가 되니까 발표할 일도 회의를 주관할 일도 많아서 예전 보다 발표력이 많이 늘었는데도 이런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특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는 더욱 힘들다.

 

 

  회사에서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국어 능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기본 업무 능력 외에 의사소통능력으로 일컬어지는 국어 능력이 본인의 업무능력을 배가시켜주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실력은 있는데, 의사소통 능력이 없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실력은 별로인데 국어 능력 때문에 실력을 높이 평가 받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회사에서 교육이나 발표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속으로는 부담이 많이 된다. 막상 교육이나 발표에 임하면 그런대로 무난하게 처리를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걱정되고 긴장되는 것은 이직도 말하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신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