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인생은 장거리 운전하는 길과 같은 것이다.

행복한 까시 2013. 2. 26. 07:00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보면 운전하며 가는 길이 꼭 인생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특히 장거리 운전에 약하다. 그리고 애초부터 운동신경이 별로 없게 타고 나서 운전도 잘 못한다. 게다가 운이 좋게도 운전면허를 단번에 따서 차도 많이 만져보지도 못하고 운전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자동차를 구입해서 운전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자가용을 사자마자 옆을 긁히기도 하고, 인사 사고도 냈다. 그래서 초보 운전 때에는 차라리 차를 팔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한 삼년이 지나고 나니 제법 운전에 이력이 난다. 그래도 초보시절 인사 사고의 경험이 있어서 안전수칙을 지켜가며 운전하는 편이다.


 자가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는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탈 때와 다르게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 차량의 종류가 눈에 잘 들어왔다. 이 차가 중형차인지 소형차인지 휘발유 차인지 경유차인지 국산차인지 외제차 인지 등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두 번째는 자동차의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은 전국의 번호판이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과거에는 지역별로 표시가 되었다. 번호판을 보고 어느 지역에서 온 차인지 금방 알게 되고, 그 지역의 운전자 스타일도 대충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남의 차를 탈 때에는 밖의 경치를 주로 보고 다녔는데, 운전하고 나서는 주로 노면을 많이 보게 되고, 신호등의 운영시스템을 많이 보게 되었다. 멀리 있는 신호등을 보며 이번에 건너갈 수 있을지 없을지에 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고 갈 때 도로에 차가 없으면 기분이 좋다.

인생길과 마찬가지로 도로에서도 방해 받기가 싫은 것이다. 나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차가 있으면 내 진로를 방해해서 기분이 나쁜 것 같고, 나를 추월해서 빨리 가는 차는 또한 나를 추월해서 가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모두 다 내 중심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우리 딸들도 내가 추월해서 가면 기분이 좋다고 박수 치지만 다른 차가 추월해서 나가면 나쁜 차라고 원망을 쏟아 놓는다.


 운전할 때도 자기중심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내가 운전을 느리게 하는 것은 안전운전을 위해서 느리게 하는 것이고, 남이 운전을 느리게 하면 운전을 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 치부한다. 내가 과속하는 것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고 남이 과속을 하면 안전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신호를 위반하는 것도 바삐 가야할 일이 있어서 위반하는 것이고, 남이 위반했을 때에는 법규 위반을 생활화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즉 내가 하는 것은 이유 있는 로맨스이고 남이 하는 것은 이유 없는 불륜인 것이다.


 또한 장거리 운전을 할 때 빨리 가려고 한차를 추월해서 가면 반드시 앞에 차가 또 달린다. 내가 제일 앞에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기 멀리에 또 한대가 앞서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차를 또 추월해 보지만 그 앞에도 역시 또 다른 차가 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 이다. 내가 제일 앞에 있다고 자만하는 순간 앞에는 또 앞서서 달리는 사람이 있다. 아마 내가 달리고 있으면 날아가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화물차나 버스 뒤를 따라가는 것이 답답하여 그 차를 추월해서 가면 또 앞에 버스가 있고, 느리게 가는 차를 추월해서 가면 그 앞에 또 느리게 가는 차들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앞서서 달려 보려 하지만 앞에는 끝도 없이 앞서서 달려 나가는 차들이 있는 것이다.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보면 여러 형태의 길이 나온다.

때로는 운전하기 편하게 곧고 평편한 도로가 있는가 하면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위험하게 굽은 도로가 있다. 끝없이 오르막길만 있는 것 같아도 한참을 가다가 보면 내리막길도 있고, 평편한 길도 있다. 영원히 평편할 것만 같았던 길도 한순간에 내리막길이나 굽은 위험한 도로가 닥치기도 한다. 또한 어둠이 있는 터널을 지날 때도 있고,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길을 달릴 때도 있다. 그래서 지금 평편한 길, 경치 좋은 길을 달리고 있다고 해서 자만할 것도 못되며, 지금 힘든 오르막길이나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고 해서 비관할 것도 못된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경치 좋은 도로가 나올 수도 있고, 달리기 좋은 평편한 도로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길도 장거리 운전과 많이 닮아 있다.

지금 빨리 달린다고 해서 영원히 빨리 달리는 것도 아니고, 지금 느리게 달린다고 해서 영원히 느린 것도 아니다. 꾸준히 성실하게 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차들이 나중에 길이 끝나는 지점에 제일 먼저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