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남들은 아무도 나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행복한 까시 2015. 8. 7. 07:30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서다보면 벌어지는 풍경이다.

두 딸들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사춘기를 지나는 나이니까 한창 그럴 때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가 된 것이다.

 “머리가 올라갔어요.

  옷 색상이 마음에 안 들어요.

  운동화가 유행이 지났어요.”

 

아내와 나는 괜찮다고 말을 막는다.

 “괜찮다.

  누가 너만 쳐다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너한테 관심 하나도 없어.

  그냥 가자.”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신경을 쓴다.

가끔 머리가 삐쳐 올라가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누가 꼭 나만 쳐다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 옷에 음식물 같은 얼룩이 묻으면 더더욱 신경이 곤두선다. 이럴 때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만 주목하는 느낌이 든다.

 

 멋진 옷이나 화려한 옷을 입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옷을 사러 가면 선뜻 화려한 옷을 고르지 못한다. 아내는 화려한 것으로 골라 주는데, 입을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 옷을 입고 다니면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옷들을 남들이 입으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화려한 옷을 입었을 때 내가 생각하는 부끄러움의 크기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부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크기는 많은 차이가 있다. 상대방은 나의 옷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으며, 혹시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한마디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등장을 했을 때 친구가 한마디 한다. 멋지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촌스럽다거나 아니면 너무 화려하다고 이야기를 들으면 은근히 화도 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친구는 무심코 말을 했어도 받아들이는 자신은 친구가 말한 것보다 몇 배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살아가다가 보면 쥐구멍에 숨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다.

그 순간을 기억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거나 아니면 발표를 하다가 실수를 했다거나 대중들 앞에서 넘어졌다거나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온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남들은 며칠 지나서 잊어버린다. 간혹 특이한 사건은 주위사람들도 오래 기억하지만 사건 자체는 희미해진다. 그래서 마음속에 두고두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들은 아무도 나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많은 신경을 쓰며 살아간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든 잘 모르는 사람이든 신경을 쓰고 살아간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 외모가 어떻든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나를 아는 사람들이나 조금 신경을 쓰는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도 내가 신경 쓰는 것에 비해 아주 작게 신경을 쓰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너무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의식하지 말라는 것은 예의를 지키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에게 보여주는 식의 삶을 살지 말자는 것이다. 개인의 외모나, 주택, 자동차 등의 소유에 대해 남을 의식하지 말자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는 삶의 방식을 내려놓을 때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