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15년만에 찾은 고교 단짝 친구

행복한 까시 2015. 8. 11. 07:30

 

 전화기에서 신호음이 흐른다.

긴장된 모습으로 전화를 걸었다. 15년 만의 통화다. 전화기 저 편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예전 그대로다. 어른이 되고 나서 소식이 끊겼으니 목소리가 변할 리가 없다. 목소리를 들으니 오랜만이란 생각이 다 사라졌다. 마치 며칠 전에 통화 한 것처럼 편안하게 들렸다. 그 동안 할 말은 많았으나 안부만 묻고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하였다.


 친구를 찾으려고 몇 해 전부터 생각해 왔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몇 년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니 친구 생각이 난 것이다.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 것은 다 사는 것이 바빠서였다. 결혼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30대 때에는 회사일도 무척 바빴다. 그러다 보니 친구도 멀어지게 되고, 몇 번 이사를 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락이 끊어진 것이다. 친구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만 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다행이 친구의 고향 동네를 알고 있었다.

친구 고향 동네를 찾아 가려고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간만 흘러간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형을 찾으려고 시도를 했다. 친구의 형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먼 친척 동생 중에 그 선생님의 제자가 있었다. 그 동생에게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친구의 형을 통해 친구의 전화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가 연결 된 것이다. 그 친구도 전화하면서 나의 고향에 찾아 가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역시 친구는 통하는 것이 있나 보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시골에서 수도권으로 고등학교를 갔다. 그 당시 선생님들은 시골에서 온 아이들을 유학생이라고 불렀다. 그 친구도 나와 같은 유학생이었다. 가난한 시골 유학생인 것이다. 그래서 쉽게 친해졌다. 그 친구는 경상도에서 왔고, 나는 충청도에서 왔는데, 1학년 때 같은 반을 했다. 그 친구의 경상도 사투리가 얼마나 심했던지 국어 교과서를 읽으면 반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아마도 그 친구는 그것 때문에 국어 시간이 힘들었을 것이다.


 서울 생활의 외로움 때문에 그 친구와 더 친해졌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그렇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 하지 못했다. 친구를 쉽게 사귀는 성격이 아니라 둘이만 더 친했는지도 모른다. 그 친구와는 통학할 때 버스도 같이 타서 더 친 해질 수 있었다. 틈만 나면 그 친구 자취방과 나의 자취방을 번갈아 가며 드나들었다. 2학년이 되어 그 친구는 문과, 나는 이과로 나뉘어 졌어도 계속 붙어 다녔다. 그래서 정이 많이들은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 대학교 때에도 연락을 하며 자주 만났다. 대학교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나고, 결혼식 때도 참석 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끊긴 것이다.


 전화로 약속 하고 며칠 후에 친구를 만났다.

마침 서울에 출장이 있어 친구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친구를 만났다. 얼굴 모습은 그대로 이지만 중년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그 친구는 제약 쪽에서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직업에 만족해했다. 차를 마시면서 그 동안 일을 풀어냈다.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나지 않았다. 15년간 밀린 이야기가 많기도 많았다. 그래도 동시대를 살아서 인지 그리 서먹하지는 않았다.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친구 같았다.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버스 시간이 되어서야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다.


 친구는 아직도 나와 취향이 비슷했다.

조용한 성격, 쉽게 친구를 못 만드는 성격은 여전 했다. 그래서 친구가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찾은 친구 때문에 하루가 행복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으니 홀가분해 졌다. 친구를 만나니 오랫동안 밀렸던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가슴이 후련하다.


 요즘은 가끔씩 통화를 한다.

그냥 목소리만 들어도 반가운 친구이다. 선생님이라 통화가 힘들어 카톡을 이용하기도 한다. 오늘도 카톡에 메시지를 올려놓고 그 친구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